2024년이 밝았습니다. 여러분의 지난 한 해는 어떠셨습니까? 저는 참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낸 것 같습니다. 현실 생활에 있어서나, 음MAD에 있어서나 모두 말입니다. 덕분에 한 해는 상당히 빠르게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느새 2023년의 음MAD들을 다함께 돌아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작년의 10선에 비해 참가자가 3명 더 추가되었고, 기존에 없었던 PV도 새로이 제작하였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께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년간 저희 참여자들 전부 최선을 다해 왔으니, 여러분도 그만큼 즐기실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갈수록 그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월요일부터 시작된 기획이긴 하지만 그래도 잠시 언급하고 지나가겠습니다. 1월 8일부터 21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진행되는 본 10선은, 저를 비롯한 한국의 음MAD 작자 10명이 자신이 주관적으로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작품 10개를 기사로 작성하고, 이를 무작위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루에 하나씩 공개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일주일간 저희와 함께 하루 하나의 기사를 읽어 나가면서 기획에 동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위 일정표에 나와 있듯이 바로 어제 11일에 ReaLizer 님의 기사가 게시되었습니다. 음MAD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추구하시는 만큼 심도있는 기사가 나왔으니, 이 글을 읽기 전에 한번씩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는 작년 및 재작년의 10선과 다른 점이 별로 없지만, 이미지에도 나와 있듯이 올해는 기사 뿐만 아니라 21일에 공개되는 부가 기획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글의 말미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내일 (13일) 정오에 카이사르 채널 커뮤니티를 확인해 주세요! 부가 기획의 정체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작년에는 본격적인 10선에 앞서 2023년의 소식이나 유행을 정리해서 작성했습니다만... 이번에는 딱히 그런 내용은 적지 않고 간결하게 갈 생각입니다. 대세는 미니멀리즘이죠. 실은 막상 적으려니까 잘 기억이 안 나긴 합니다.
허나 이렇게 되면 작년에 비해 기사가 너무 짧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 쓸 내용이 모자랄 경우 카이사르 매드무비를 넣어 부족한 분량을 채우기로 합시다. 이를 위해 본인의 허락을 미리 받아 둡니다.
* 본 기사는 PC 감상을 권장합니다.
본격적인 10선에 앞서
애석하게도, 올해 역시 10선 선정의 규칙이 조금 변경되었습니다. 줏대가 없군요.
1) 같은 곡을 사용한 작품은 두 개 이상 선정하지 않음
2) 메들리 합작 및 그 단품은 선정하지 않음
3) 단, 제작에 여러 작자가 관여했음에도 그 본질이 개인작에 가깝다고 판단되는 경우 선정함
1번과 3번 항목은 작년과 같습니다. 변경된 부분은 2번 항목인데, 본래 '메들리/경연을 불문하고 일체의 합작 단품은 선정하지 않는다'고 조건을 붙였었습니다만 경연 합작이나 단순 연결 합작의 단품은 사실상 개인작 (여러 사람이 관여했을 수는 있지만) 이 아닌가? 라고 판단해 올해부터는 후보에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특수한 케이스인 음MAD DREAM MATCH -천-의 영향이 조금 있기도 했고요.
간단한 규칙 변경이지만 그래도 짧게 예시를 들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이 작품은 가치무치 메들리 2023: To Aniki And Beyond 의 '멘탈 체인소' 파트 단품입니다. 누가봐도 메들리 합작이죠. 따라서 선정할 수 없습니다. 그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대단한 퀄리티를 지니고 있지만 말입니다.
한편 이 작품은 경연합작 '가챠경연'에 출품된 단품 '비둘댄스'입니다. 이렇게만 봐도 사실상 개인작에 가깝기도 하고, 곡도 컷 없이 2분을 사용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후보에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이는군요. 앞으로는 이런 류의 단품 역시 10선에 등장할 수 있습니다.
보통 10선 작품을 선정한다고 하면 두 가지로 나뉘겠죠? 너무 취향 저격인 작품이 많아서 소거법으로 줄여 나가는 방식이거나, 자기 취향인 작품을 하나씩 찾아 나가는 방식인데, 올해는 유독 후자인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올해는 한 두개 작품을 찾아 나서는 데에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그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엄선한 작품들이니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글을 보다 재미있게 읽으시려면 작품을 먼저 한번 감상하고 그 설명을 읽은 뒤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규칙 설명도 끝났으므로 바로 본격적인 10선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올해는 여러 모로 바빴기 때문에 죄송스럽게도 올해의 음MAD 사건 소식 등을 전해 드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무책임하지만 다른 참가자들 중 누군가가 올해 대신 적어 주길 빌겠습니다. 만약 아무도 없다면, 2024년부터는 모두 강퇴해 버리도록 합시다.
참고로 올해의 후보작은 모두 89개였습니다. 작년보다 하나 줄었네요.
음MAD 10선: 2023
기획 본편 기준 무려 2023년의 첫 날부터 공개된 작품입니다. 지금까지의 10선 선정 작품과는 그 성격이 사뭇 다르죠. 엄밀히 따지면 개인작도, 합작도 아닌 기획 소개용 음MAD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보고 개인적으로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현지답게 기획을 할 때도 이렇게 정성들여, 스타일리시하게 홍보에 임하는 건가? 정말 음MAD계가 한국과 비교 불가할 정도로 넓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채로운 색감을 바탕으로 한 콜라주 기법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음MAD 작자 등급 체크 기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질주감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색감 덕분인지 전반적인 내용이 눈에 다 들어오지 않습니까? 단순히 화려한 영상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대단하네요.
따지자면 일종의 '플롯'을 작품 속에 담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플롯이 없는 곡에 플롯을 넣는' 시도 자체를 저는 굉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런 시도를 한 작품들은 고평가받는 경향이 있는데, 그만큼 작업하기 어렵고 시간을 배로 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당한 고평가죠. 이와 비슷한 결을 가진 작품으로는 중국판 남고제 2022의 뱀파이어 파트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도 상당합니다.
플롯 뿐 아니라 OP 내의 대사 하나하나가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 또한 참 좋네요. '연말연시는 아직 끝나지 않는다고' '참가자는 이쪽' '최고의 쇼라고 생각하지 않나?' 등의 모든 대사가 있어야 할 곳에 딱 들어맞아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제작에 관여한 모든 이들의 소재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여기까지 느껴지는군요. 무스카의 대사는 제가 올해 10선의 PV를 제작할 때 참고하여 더빙판 대사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포니라는 곡은 참 그 유행이 오래도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볼 때마다 각자만의 맛이 있다는 점은, 포니가 그만큼 음MAD에 쓰기 제격인 곡이라는 증거이기도 하군요.
그러한 수많은 포니 MAD 중에서도 거의 최강의 음압을 지님으로써 자신만의 입지를 굳힌 작품입니다. 다른 포니 MAD에 비해서는 꽤나 늦게 게시된 편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의 음원 압축에도 흔들리지 않는 압도적인 음원으로 인해 본 작품을 10선에 선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이 제작자의 음원은 들을 때마다 항상 보법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킥의 존재감이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킥이 원래도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드럼 요소인 만큼 듣는 이에게 있어 전반적인 음원이 한층 더 강력하다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귀가 음원에 폭행당하고 있는 느낌이네요.
마약과 관련된 소재를 사용한 만큼 '환각' '착란' 등의 테마를 작품 내에 있는 그대로 담아 내고자 한 점 또한 마음에 듭니다. 깜빡이는 텍스트나 화면, 초췌하게 변한 캐릭터 등 영상에 드러나는 부분은 물론 하이라이트의 마지막에 음을 올라가도록 처리한 부분도 좋군요.
소재에 맞춰 작품이 전체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변했으며 그 점이 이 음MAD의 가치를 더욱 올려주는 것 같습니다. 전례없는 독자적인 자리를 잡았다고 할까요. 기괴한 느낌을 주는 MAD는 음MDM-천-의 단품이었던 여자아이가 귀여운 합작 이나 본격적 합성제 ver.4의 神威 파트 등 이외에도 여럿 있지만, 아예 소재 자체부터가 마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쪽이 더 네타 반영에 충실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제는 포니 MAD에서 없으면 섭섭한 핫키리스펙트 역시 완벽히 들어가 있습니다. 리스펙트 원 대사인 '알겠습니다(分かりました)'의 分かり와 각성제 소재의 '그만두겠습니까(止めますか)'의 ますか 를 합쳐 '알겠습니까(分かりますか)'로 개사한 점이나, 밑에서 올라오는 노란색 자막도 환각의 표현인지 이리저리 흩날리는 듯이 보이는 연출도 대단합니다. 디테일 하나하나에 신경썼다는 점이 보인는군요. 이런 사소함이 모여 수작을 만듭니다.
친정같은 안정감의 Nero 산 코코로죠죠루 시리즈입니다. 이번 6부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죠. '소재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제작자입니다. 저 역시도 이 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모든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Nero 씨는 작년 10선에 JoJonos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으므로, 2년 연속 10선 선정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일개 글 작성자인 제가 2연속 선정한다고 해서 뭐 좋은 건 아니지만요. 아무튼 놀랍지만 그건 사실입니다.
이 시리즈는 회를 거듭해 나갈 때마다 이번보다 더 좋아질 수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새로운 부가 나오면 그런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퀄리티나 디테일은 작자가 작자답게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는 아예 원곡의 어레인지를 해 버리는 미친 구성과 정성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어레인지의 담당자는 무려 죠죠의 기묘한 진혼곡 메들리를 담당하기도 했던 キットカットおいしい 씨가 담당했습니다. 실력이 검증된 제작자인 만큼 Inst 단품의 퀄리티도 상당합니다. 꼭 한번 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자세히 말하면 원작의 스포일러가 될까 걱정이지만, 죠죠 6부의 컨셉에 맞게 지금까지의 모든 부를 한 큐에 되돌아보는 왕도적인 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군요. 생각해보니 이 작품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딱히 상관 없네요. 따라서 여기부터는 6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됩니다.
우선 어레인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죠죠 6부와 관련된 다른 곡들이 매시업되어 있다는 점이겠지요. 2:00의 STONE OCEAN, 중반 잔잔한 부분의 6부 처형 BGM (죠린의 테마), 그리고 4:22의 Heaven's Falling Down과 죠죠 1부의 OP. 제가 메들리 제작에는 무지하지만 이 메들리가 신이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들린다의 교과서적인 예시가 되겠군요. 특히 6부도 아닌 1부의 오프닝도 매시업에 포함한다는 발상은 정말 원작을 존중하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생각이죠.
비단 매시업 뿐 아니라 시간이 멈추고, 가속하는 등 원작 (정적인 만화) 내의 기믹을 작품 (동적인 영상) 에 완벽하게 반영했습니다. 곡을 잠시 끊어 버린다거나, BPM도 실제로 가속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현에 옮겼다는 것이 놀랍군요. 원래 작품을 아는 이들에게 있어 선물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여담으로 저도 유튜브 댓글에서 본 내용인데, 코코로죠죠루 3부 DIO의 "시간은 다시 움직인다"와 6부 푸치의 "시간은 가속한다" 두 대사가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나온다고 합니다. (둘 모두 잔잔한 부분 마지막에 나옴)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제작자의 성향을 고려하면 경악스러운 디테일에 집착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 제 10선에도 '젠'으로 이름을 올렸던 와케(ゎけ) 씨의 작품입니다. 여전히 곡과 소재의 매치 능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제작자의 작품은 보다 보면 과장 좀 섞어서 '이 소재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실력을 증명하듯 Nero 씨와 마찬가지로 와케 씨도 2연속으로 10선에 선정되셨습니다. 놀랍지만 이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이 하다오라는 소재는 애초에 그렇게 양이 많은 소재가 아닙니다. 이 점은 분명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곡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다든지, YTPMV 형식을 중간에 끼워 넣는다던지 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마치 원래부터 풍부한 소재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또한 '하다오다오', '맨즈비오레'의 5글자 세트를 적재적소에 딱딱 맞춰 끼워 넣는다는 느낌도 좋군요. 참고로 '하다오다오(肌男だお(^ω^))'의 '다오'는 니코니코동화에서 이미 하나의 '하다오식 어미(語尾)'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본 작품의 하이라이트, 일명 '하다오식 회전(肌男式回転)'을 무려 수제 일러스트로 재현했습니다. 이 회전 자체가 하다오 소재의 불문율과 같기 때문에 하이라이트에 등장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것을 원 PV의 캐릭터가 대신 담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보니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썸네일 만으로 이미 하이라이트를 예상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뒷배경에는 높은 수준의 타이포그래피까지 들어가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쉴 새 없이 즐겁게 합니다. 원 PV 자체가 그렇지만, 글자가 큼지막하다보니 더욱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하다오 자체를 상징하는 색이 파란 색이다 보니 타이포도 대부분 파란색 텍스트를 채택한 점을 알 수 있는데, 이 점이 또 기가 막히게 들어갔습니다. 노란색 계열 - 파란색 계열의 두 컬러는 디자인에서 흔히 함께 쓰이는 두 색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강조는 강조대로 되고, 이목은 이목대로 끌되 보기에 전혀 불편하진 않은 그런 영상이 탄생했습니다. 여러모로 명작이군요.
도라에몽 '약속(おやくそく)' 소재를 사용한 작품 '재생(再生)'의 리스펙트이자, 오세친코 합작 2의 단품입니다. 다만 리스펙트 원본은 니코니코동화에서 내린건지, 잘린건지 시청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또한 게시일은 합작의 공개일로 취급하기 때문에 실제 단품 게시일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음MDM-천-에 Ximco 씨와 함께 +++v 라는 콤비명으로 참가해 '令和のNico Nico Madventure' 라는 미친듯한 올스타 MAD를 제출한, 올스타 전문 음MAD 작자 사쿠레이 씨 답게 와다 아키코와 관련된 소재라는 테마 올스타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고자 한 것이 눈에 보입니다. 그만큼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네타가 끊기는 부분을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군요.
기본적으로 이 제작자의 음원은 시원시원함, 즉 일종의 쾌감을 기저에 깔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들으면 아! 하고 알 정도로 독보적인 음원 스타일을 가진 인물 중 하나죠. 이러한 음원 실력이 본업 가수인 소재 와다 아키코와 어우러져 굉장히 듣기 좋고 청량한 음원을 만들어 냅니다.
오세친코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에서도 한때 인기를 끌었던 YONA YONA DANCE나 OTOMAD TRIBUTE에도 등장했던 CHINTAI 광고 소재 정도를 제외하면 저를 포함한 한국 음MAD 시청자들은 초중반 내내 거의 아는 소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작품을 10선에 선정한 것은, 소재를 몰라도 알 수 있는 상당한 소재 수집 능력과 더불어 전율이 느껴지는 하이라이트 때문입니다.
도대체가 이런 소재들은 다 어디서 가져오는 건지, 아니 애초에 이 많은 소재를 어떻게 다 알고 있는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저도 나름 몇 년째 니코동을 들락날락하며 음MAD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이 부분에선 모르는 소재가 수두룩하더군요.
일반적으로 시모네타라고 불리는 소재들의 올스타인데, 별다른 편집 없이 각 소재별 유명한 장면만 조금씩 모아 단순 나열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런 무가공 소재 러시가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이런 연출은 고참 창가학회 MAD 제작자인 GM 씨가 자주 사용하는 연출이라 가끔씩 코멘트에 'GM 선생님 감(感)'이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수수께끼의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죠. 이런 소재들로 감동을 느껴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또, 시모네타 러시에서 바로 이어지는 와다 아키코 올스타 러시도 상당합니다. 하도 고참 연예인이라 그런지 장면 하나하나를 다 채웠는데도 겹치는 소재 하나가 없습니다. 이런 감동 연출이 시원한 음조절과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군요. 테마 올스타 MAD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도록 하는, 정말 수준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무가공 소재 나열 자체가 음MAD 영상에서 자주 보이는 연출이긴 하지만, 실은 이 곡의 원 MV 자체가 이런 연출을 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기는 한술 더 떠서, 가사의 입모양에 맞는 역대 뮤직비디오 씬을 가져와 나열해 놓았습니다.
* 여기까지 쓰다가 마침 나온 oz Han씨의 기사를 읽었습니다만 (읽었다고 하긴 뭐하지만), 벌써 저랑 3개나 겹치는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랑 취향이 좀 맞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소재만 봐도 어떤 사람의 작품인지 감이 좀 오시죠? 핫키리, 고 통 일교회 등의 수많은 통일교 MAD를 제작한 AKX652의 작품입니다. 사실상 여전히 통일교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국적은 여전히 불명이지만 말입니다.
이 제작자의 음원은 다들 리얼샘플을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리얼샘플을 선호하기 때문에 더 매력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리얼샘플 스러움이 더 묻어나는 것 같아서 미칠 듯이 좋습니다. 초반부 음조절도 한 샘플을 음조절한 게 아닌 노래의 소절 일부 자체를 떼와서 음조절한 것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머릿속에서 계속 떠오르게 하는 음원입니다.
음원 외적으로 이 사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일교 소재 이해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말 매 작품마다 못 보던 소재가 계속 생겨나는 것이, 이 사람 혼자 밀고 있는 소재가 맞나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와중에 핫키리, 무조건 등의 중심이 되는 소재는 계속 유지해 나가기 때문에 뭔가 안심감을 느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도 하고요.
또한 높은 소재 이해도를 바탕으로 탄생하는 절묘한 개사도 특징입니다. 위 이미지는 라이어 연합은 아니고 같은 제작자의 잔혹한 선교사의 테제 입니다만, 원곡의 '잔혹(殘酷, 잔코쿠)'를 '한국(韓國, 칸코쿠)'로 개사하는 등 센스가 돋보입니다. 이와 같은 점은 이번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죠.
하이라이트인데, 이 부분이 또 물건입니다. 일단 음원은 잠시 후에 설명하고, 영상에서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충분히 한 명만 크로마키를 딸 수 있는 능력이 되면서 굳이 모든 댄서의 크로마키를 잘라 넣었다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이 점이 더 음MAD스러워서 좋기도 하고 이 사람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다고 할까요.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호감형 이미지가 있습니다.
음원 역시 '지금까지를 버리고'를 '재산을 버리고', '미래는 있는거야'를 '미래로의 길은 모두' 로 바꾸는 등 원 가사의 요소를 남겨두는 개사 능력은 여전하고, 1:06의 '하늘의 편에 설 수 없다면' 이라는 대사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우겨 넣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게 또 좋습니다.
안정의 논밭(탄보-하타케) 세트는 언제 들어도 기분좋은 음조절이고, 2개의 '라이어- 라이어- 댄서' 부분을 서로 다른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보통은 어차피 같은 가사이니 같은 음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했군요. 제일 마지막을 무조건 '짠' 4연타로 끝맺은 것도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사실 통일교 MAD는 한국어가 있는 것만으로, 왠지 여러번 돌려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볼 때마다 대체 AKX652 이 사람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의심하게 되기도 하고요.
올해 10선의 첫 한국 작품이자, 유일한 한국 작품입니다. 사이키라 씨와 Narwhal 씨의 합작인데, 현재 국내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음MAD 작자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이 작품을 10선에 담은 것은 물론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제가 추구하는 작품관과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누구나 알지만,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소재'로 최선을 다해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쪽 분야에 강한 다른 음MAD 작자라고 하면 위의 '세안 올백'을 제작한 와케(ゎけ) 씨나 지스믹(じすみっく) 씨가 있겠군요.
2번의 하이라이트 중 초반은 대사로 채우고, 후반부터 본격적인 조교로 밀고 나간다는 정통적인 춘람 MAD의 구성을 채택했습니다. 이게 말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 조교 구간을 대사로 채운다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일반적인 일도 아닙니다. 허나 이 작품은 파워풀한 음원과 그에 걸맞은 쉴 틈 없는 영상의 속도감으로 완벽히 커버해 냈다고 볼 수 있겠죠.
원 PV의 기묘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그대로 유지해 나가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남은 구간을 채워 나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구성입니다. 원 PV만을 완전히 따라가지도, 그렇다고 원 PV의 흔적을 아예 없애 버리지도 않는 그 중간 지점의 미묘한 밸런스를 온전히 지켜내고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뭔가 심도있는 이야기를 하는 듯한 원곡에 비해 대리운전이나 흔들흔들바 등을 광고하는 김흥국이 소재로 쓰인 점은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또 이런 위화감도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자유분방함 역시 음MAD의 특징 중 하나기도 하고 말입니다.
또 아까 작품관 이야기를 잠깐 했습니다만, 제가 사이키라 씨의 작품을 계속 지켜본 결과 제목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정확히는 '이 곡과 저 소재를 섞었을 때, 적당한 제목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점을 많이 고려하시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게 전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가 작품을 만들 때랑 엄청나게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하는 말입니다.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년 10선의 07 마리오 월드 단락에서도 저는 이미 이 내용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예시를 사이키라 씨만 들었지만 Narwhal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왠지 결이 비슷한 듯한 두 분이 합작을 해서 그런지 더 좋은 작품이 탄생했다는 느낌도 드네요. 여러모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작품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류의 작품이 더욱 많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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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예고편 이미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제가 원래 음MDM-천-은 좀 특수한 케이스기도 하고 이미 다들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서 소개를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어서 이번 기회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Peace
9월 1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음MAD DREAM MATCH -천- 의 우승작으로, Ckiro 씨와 神酒 씨로 이루어진 콤비 '초정당파'의 제출 작품입니다. 현재는 해산한 일본의 힙합 그룹 'SOUL'd OUT'을 소재로 해, 무려 8분 39초짜리 메들리를 만들어 제작한, 괴물같은 작품입니다. 참고로 공개 당시의 제목은 '[음MAD] D의 M' 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시청자들 모두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이제는 DREAM MATCH와 Diggy-MO' 두 가지를 의미하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겠죠.
저 역시 이 작품을 생방송으로 처음 보았습니다만,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기존의 용어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는 MAD라는 느낌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진심 난생 처음 접하는 스타일입니다. 지인들과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뜬끔없이 리쌍을 소재로 써서 8분짜리 리믹스를 만든 후 경연 합작에 낸 기분'이라고 흔히 이야기하곤 하는데, 정말이지 말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완전히 프리스타일이죠.
제가 지난번에도 한번 말했던 것 같은데, '곡이 소재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음원에서 보너스 점수를 얻고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음악이 힙합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대사나열은 일당백을 해 내겠죠. 그런 데다 소재 이해도까지 높은 두 고참 음MAD 작자가 만났으니 음원의 기분 좋음이 극한까지 끌어 올려졌습니다.
이 작품의 기본적인 구조는 단순 매시업 ▶ 음MAD 적인 대사나열 ▶ 조교를 곁들인 정통파 MAD 의 전개를 따릅니다. 사실 국내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음MAD를 보고 싶으시다면 6:10부터 보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기대감 고조시켜놓고 나오는 뜬끔없는 북두의 권 인트로와, 굉장히 생소한 곡끼리의 매시업으로 인해 '이게 뭐지' 싶게 느껴집니다. 갑자기 농사를 짓질 않나, 뜬끔없이 웬 파워레인저가 모브 댄스와 함께 튀어나오질 않나... 심지어 초반부의 절반 이상은 아예 음원에 SOUL'd OUT 요소가 없다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고참다운 연륜은 조금씩 새어 나옵니다. 매시업된 곡끼리의 연결도 굉장히 자연스럽고, 큼지막한 텍스트들로 이루어진 타이포도 중간중간 기분이 좋게 만듭니다. 또 저는 썸네일에도 나오는 부분인 디기모의 얼굴이 점차 다가오는 부분에서, 가운데에 역광으로 인한 그림자가 지는 연출도 뭔가 숨길 수 없는 실력이 드러나는 것 같아 좋아합니다.
중반부터는 조금씩 음MAD스러운 연출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가사의 몬데그린을 이용한 대사 장난이라든지, 의자의 크로마키를 따서 우주로 날려 보내는 묘사라든지 말입니다. 동시에 군데군데 SOUL'd OUT의 시그니처 사운드인 혀 굴리는 소리를 집어넣어 음원이 더 듣기 좋아집니다. 하지만 여전히 네타를 잘 모른다면 긴가민가한 정도입니다.
여담이지만 지금도 기사를 작성하면서 이 파트를 보고 있는데, 대체 언제쯤 잊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뇌에서 떠나질 않는군요.
대망의 후반부는 네타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함께 열광할 수 있을 정도의, 말 그대로 콤비명 '초정당파'의 복선을 회수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이미 재미는 충분히 다 챙겼다고 생각한건지, 포니 파트부터 갑자기 미친 듯한 조교와 함께 전반적인 작품의 퀄리티가 배로 뛰어 오릅니다. 그 와중에 사소한 디테일까지 챙겨가는 것 또한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원곡의 '수수께끼(なぞ, 나조)'를 'MY ZONE'으로 운율을 맞췄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음원을 더 기분 좋게 만들죠.
대미를 장식하는 로키 파트는 무려 음MDM-천-의 고지 영상에 사용된 어레인지 버전을 가져온다는 신의 한 수를 두었습니다. 조교 전 파트의 색을 빨강과 파랑으로 두어 음MDM 자체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건 덤입니다. 심지어 이 콤비는 20개의 콤비 중 맨 마지막 순서였기 때문에, 사실상 기획을 연 곡으로 기획의 말미를 장식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내다본 건지 알 수가 없군요.
이 작품만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저도 확실히 한국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작품이고 '이게 왜 우승이지' 싶은 분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허나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은 생방송으로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인식의 갭이 굉장히 클 거라고 봅니다. 생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인식 변화와 초정당파 복선 회수, 그에 따른 플로어 열광을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다가올 거라 여겨집니다. 혹시나 생방송은 놓쳤지만 그 당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즐겨 보고 싶다 하시는 분은 코멘트가 포함된 니코동 다시보기를 참고하세요!
여담이지만, 저는 이 작품을 하도 많이 본 나머지 부담스러운 썸네일이 제 유튜브 메인 화면에서 4달째 떠나질 않습니다.
* 실제 일본어 발음은 장음으로 인해 고토·우·프레지던트가 됩니다만, 여기서는 한국어 발음상 고·토 로 번역했습니다.
한때 니코동 음MAD 카테고리를 말 그대로 장악했던, 봇치 더 록 MAD입니다. 요즘은 기세가 들하지만 여전히 몇몇 작자들에 의해 간간히 랭킹에 얼굴을 비추고 있죠. 저는 사실 이 소재를 잘 아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수작이라는 증거는 곳곳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작자인 すいはん 씨는 최근 믿고 보는 MAD 작자 중 한 분이죠. 늘 상쾌하고 질주감 있는 음원을 제작하여 듣는 맛이 있는 음MAD를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듣기 편안한 난잡함의 경계에 서 있어 음MAD적으로는 최적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넘쳐나는 봇치 더 록 MAD 중에서 이 작품을 10선에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흔히 쓰이는 주인공 4인방 뿐 아니라 잘 쓰이지 않는 이른바 모브 캐릭터들까지 폭넓게 가져다 썼다는 점입니다. 이런 소재 확장은 언제나 보기 좋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소재 부족 MAD를 더 고평가하기도 하고요.
왼쪽의 여자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 길모퉁이 마족의 모브 캐릭터인 실전화 듀오와 비슷하다고 치고, 제가 놀랐던 점은 오른쪽 이미지 아저씨들은 누가봐도 음조절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깔끔하게 음조절해 음원에 조화시켰다는 포인트입니다. 심지어 이 아저씨들은 하이라이트의 후반부를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건 정말 수수하게 대단하네요. 이 제작자의 음원 실력을 방증하는 예시 중 하나입니다.
원곡의 가사 일부를 활용해 소재의 대사와 자연스럽게 이어 나가는 기법도 눈에 띕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남자에게 간섭하는 여자 먹으면서 살아 가겠습니다" 와 같이 말입니다. (밑줄 친 부분이 원곡 가사) 이런 시도는 잘 먹혀 들어가면 음원을 훨씬 풍부하게 만들어 주지만, 자칫 남용하거나 영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면 이도저도 아닌 음원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훌륭하게 전자의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겠죠.
가사에서 또 인상적인 것은 소재 네타에 맞춰 개사를 하되 원곡과 동일한 모음을 곳곳에 배치하여 같은 운율을 밟아 나간다는 점입니다. 작년 10선의 오모피멧트 선배와 비슷하죠. 음원에 상당히 힘을 쏟았다는 점이 체감됩니다.
사족으로, 이 부분의 가사는 '대학에 가는 건 무엇 때문? 취직을 해야 하니까' 정도의 의미인데, 이 부분에서 니코동 코멘트로 '좋은 가사'라는 말이 지나갑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가사인 '인기 많아져서 대학 중퇴하고 싶어요' 에서는 '싫은 가사'라는 코멘트가 연속으로 지나갑니다. 이러한 반응과 함께 보는 것도 음MAD의 재미 요소중 하나죠. 저 역시 같은 MAD라도 니코동에서 가끔씩 보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느새 다음 작품이 올해의 마지막 작품이 되겠습니다.
12월이 되도록 마지막 한 작품을 고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해 한 자리를 메꿔준 작품입니다. 제가 원래 애니메이션 소재 쪽은 아는 게 별로 없어 자주 접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마지막 두 작품이 연속으로 애니메이션 소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만큼 수준 높은 작품들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 계정이 본계정인지 부계정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제작자는 컬러 선정이나 구도 등으로 볼 때 영상을 깔끔하지만 세련되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가깝다고 할까요. 이런 스타일은 카이리키 베어나 나유탄 성인의 곡을 사용한 작품에 활용했을 때 시너지가 드러나죠. 기본적으로 몇 안되는 색상만으로 작품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역시 멘탈 체인소의 원 PV에 맞게 전반적인 컬러 자체는 굉장히 한정적이지만, 단조롭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영상 이야기를 해 봅시다. 요새 자주 보이는 스타일이기도 한데, 테두리가 조금씩 흔들리는 이펙트를 활용해 영상에 동적인 감각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애프터 이펙트의 Turbulent Displace 를 흔히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스타일이죠. 거기다 이따금 테두리가 아니라 텍스트 자체가 조금씩 흔들리는 연출도 삽입함으로써 동적인 분위기는 강조하고 지루함은 없앤다는 최선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다음은 구도 잡기입니다. 이 구도라는 것이 영상에서 그 장면의 기반이 되어 주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항상 최적의 구도를 찾아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화면의 이곳저곳을 모두 다루는 범위로도 모자라 Z축 원근법까지 적절히 사용하여 시청자가 내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깔아 줍니다. 특히 오른쪽 이미지의 경우, 카메라의 위치도 시시각각 변하면서 텍스트도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니 사실상 3개의 색상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여기다가 만화적 연출을 위한 하프톤 이펙트까지 센스있게 넣어 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죠.
2차 하이라이트에 서로 얼굴을 꼬집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전 찰나의 순간에 이 포즈가 되기까지의 전개를 2컷 짧게 보여줍니다. 저는 이 연출도 참 좋더군요. 비록 시간은 짧지만 1-2차 하이라이트의 전환을 훨씬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납득감을 제공해 줍니다. 또 하이라이트 전체가 노란 배경에 네이비색 객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이 트랜지션에서는 반대로 네이비색 배경에 노란색으로 선을 따서 넣었다는 점도 감각적입니다.
계속 영상 얘기만 했지만 음원도 왕도적인 MAD의 전개를 밟고 있어 안정감이 넘칩니다. 정석적인 대사나열과 더불어 여러가지 샘플을 활용해 풍부해 보이는 음조절, 듣기 편한 조교의 3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수준급 음원입니다. 뛰어난 작품에 반드시 신박하고 화려한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음MAD였습니다.
이렇게 제가 개인적으로 선정한 2023년의 음MAD 10선을 만나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저도 간만에 1년을 되돌아 보고 다양한 수작들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참 좋았습니다. 작년 10선이 올라간 뒤로 꽤나 많은 분들이 새로이 블로그를 만들어 첫 글을 작성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이게 상당히 보람차더군요. 2년 전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작은 기획이 점차 발전하면서 틀을 잡아 나가는 것 같아서 참 기분이 좋습니다.
10선 기획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올해부터는 글과 더불어 10선 참가자들이 준비하는 크고 작은 부가 기획이 함께 여러분께 제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에 잠시 언급했듯이, 올해도 역시 부가적인 기획이 하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참가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였으며 자세한 내용은 바로 내일, 13일 정오에 카이사르 채널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꼭 한번씩 들러서 확인해 주시고 기대해 주셨으면 합니다. 몇몇 분들은 PV에서 예고된 내용만 보고 이미 대충 짐작이 가시겠죠?
* 1월 15일 추가 작성
이번 10선의 부가 기획인 「신년특집 우리매드 겨루기」가 공개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짐작하시다시피 우리말 겨루기를 참고로 해 제작된 퀴즈쇼 포맷의 특집 방송입니다. 이런 쪽으론 거의 처음 얼굴을 비치지만 저도 도전자로 참가했기 때문에, 아무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대에 부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기사는 주말을 지난 15일, 루kLng 님이 작성해 주실 예정입니다. 꽤나 고참 음MAD 작자이신 만큼 수준 높은 글이 나오지 않을까 저 역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들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다음 한 주도 10선 기획과 함께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잠시만요.
혹시 꼴랑 마지막 한 장 쓰시려고 굳이 허락까지 받으러 오신 건가요?
모처럼 허락해 드렸으니까 좀 더 신선한 걸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이건 좀 실망이 큽니다...
카이사르님, 죄송하지만...
한 장만 넣은게 아니라, 한 장밖에 못 보신 것 같습니다.
네?
기사를 처음부터 다시 천천히 읽어 보세요.
엥?
??
????
1월 13일 카이사르 채널, 반드시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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