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게시판에서는 1년만에 인사드리네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2024년은 음MAD계에 있어서 최고의 한 해였을지도 모릅니다. 국내에서는 소리MAD 가요제나 소리믹스 같은,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르는 대형 기획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으며, 국외에서는 otogroove라는 이벤트도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수작들도 올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게시된 바 있습니다.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저에게도 2024년은 큰 의미가 있는 해였습니다. SORI: NAZO 라는 기획을 3월에 진행하기도 했고, 상술한 소리MAD 가요제와 소리믹스에 감사하게도 모두 참가할 기회를 얻었으며, 제 작품이 일본 10선 방송에서 소개된다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제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달성할 수 있는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 버킷리스트가 저조차도 딱히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을지라도 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즐거운 1년이 지나고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새해가 되었다는 것은, 곧 2024년에 게시된 음MAD를 다함께 돌아볼 시간이 되었다는 말이겠죠? 올해의 PV는 특별하게 소리믹스 회장에서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큰 화면과 큰 볼륨으로 즐긴다는 점을 최대한 고려해서 PV를 작업했는데, 급하게 만드느라 어떻게 다가오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대부분의 독자 분들은 본 기획에 대해 이미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잠시 언급하고 지나가겠습니다. 1월 6일부터 18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진행되는 올해의 10선은, 저를 비롯한 한국의 음MAD 작자 12명이 자신이 주관적으로 선정한 2024년 최고의 작품 10개를 기사로 작성하고, 이를 무작위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루에 하나씩 공개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2주간 저희와 함께 하루 하나의 기사를 읽어 나가면서 기획에 동참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제 직전 순서인 17일(금)에 기사를 작성해 주신 분은 카이사르 님이십니다. 놓치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본격적인 10선에 앞서
올해 10선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작년과 완전히 동일하므로 알고 계신 분들은 슥 넘기셔도 됩니다.
1) 같은 곡을 사용한 작품은 두 개 이상 선정하지 않음
2) 메들리 합작 및 그 단품은 선정하지 않음
3) 단, 제작에 여러 작자가 관여했음에도 그 본질이 개인작에 가깝다고 판단되는 경우 선정함
저는 작년에 기사를 쓸 때, '보통 10선 작품을 선정한다고 하면 너무 취향 저격인 작품이 많아서 소거법으로 줄여 나가는 방식이거나, 자기 취향인 작품을 하나씩 찾아 나가는 방식' 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 작년이 후자였다면, 올해는 완전히 전자였습니다. 정말 제 마음에 드는 작품이 너무나도 많았고, 이를 증명하듯 제가 후보 작품들을 정리하는 시트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행 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작품을 보는 시각은 근 몇 년간 항상 편협했고, 딱히 이번에 넓어졌다고 느끼지는 않아서, 그냥 양질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2024년의 음MAD란
2024년에 게시된 작품들을 제 나름대로 한 마디로 정의해 보자면, MEGAMIX를 필두로 해 모든 면에서 '자유분방함'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말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형식을 적극적으로 깨부수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 시기입니다. 합성계의 역사가 한국사 시험에 나온다면 2024년은 최악의 킬러 문제가 될 것이 뻔합니다. 애초에 음MAD 자체가 그런 장르가 아니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이 개념 자체에는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루킹 님이 저를 비롯한 여러 음MAD 작자를 인터뷰하는 기사를 작성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도 여기에서 몇 가지 답변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자유분방함'을 음MAD의 매력으로 꼽은 적이 있습니다. 아니 근데 이 글이 벌써 8개월이나 지났나요?
누군가는 이를 '과도기'라고 부를 지도 모릅니다만, 이 1년은 제 가치관에 조금의 변화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비단 FM에 정석적인 음MAD만이 흔히 말하는 '교과서적인'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완전히 반대의 자리에 위치한 작품 역시 스스로 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두루뭉실한 일개 생각이 아니라 확실한 명제로 깨닫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등장하는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은 해당 작품을 레퍼런스로 삼게 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쟤도 음MAD인데 왜 나는 안돼?'하는 식으로 점점 음MAD 자체의 허용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아무튼 궁극 웨카피포 레스토랑이나 히카킨 존, 칭구리망구리 등의 작품이 이 책에 실릴 수 있겠군요. 규칙은 물론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그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10선으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글을 보다 재미있게 읽으시려면 작품을 먼저 한번 감상하고 그 설명을 읽은 뒤 작품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사를 천천히, 온전히 즐기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여기부터 스크롤을 느긋하게 내리면서 본문을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각 작품마다 짤막한 개요가 있어서, 그걸 보고 작품을 예상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니까요.
참고로 올해의 후보작은 무려 119개였습니다. 이는 작년보다 30개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음MAD 10선: 2024
01. 어느 작품의 주연이 아닌 모브 캐릭터, 즉 '엑스트라'를 소재로 한 작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압도적 소재 부족' 작품의 대표적인 갈래 중 하나입니다. 다른 소재에 비해 활용 방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타입의 작품은 분명히 작업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따르고, 해당 음MAD 작자의 능력이 시험받는 상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탄생한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라면, 그 가치는 두말할 것 없이 높음이 분명합니다. 메인 등장인물이 조연 취급받는 불문율이나, 부족한 소재를 보충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조금이라도 연관된 소재를 끌어오는 것은 이런 류의 작품에서밖에 느낄 수 없는 매력입니다. 실은 이미 비슷한 이야기를 작년에 세안 올백 단락에서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가장 처음으로 소개드릴 작품은, 이런 엑스트라 캐릭터를 극한까지 활용한 작품의 훌륭한 예시 되겠습니다.
작년에는 서노 씨의 기사에서 わ~そうだった~!!로 등장했던 실 전화 듀오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이 둘은 엑스트라 중 가장 유명한 엑스트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 개요에서도 잠깐 언급한 대로, 이런 쪽의 소재는 부족한 소재를 작자 개인의 역량으로 어떻게든 끌고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연상 방식이 들어가 있더라도, '소재 부족은 원래 그런 거니까~'라고 이해될 수도 있고 말이죠. 이 작품에는 그 점이 훌륭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부족한 소재를 보충하기 위해 원작에는 일절 나오지 않는 춤을 추게 만든다든지, 2204355와 같은 완전히 별개의 네타와 엮어 낸다든지, 혹은 외국어 더빙판을 사용한다든지 하는 시도가 들어가 있는데, 이것들이 모여 이 작품의 성격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보기 좋습니다. 참고로 오른쪽 장면에 나오는 다른 실 전화 MAD는, 마찬가지로 마스토모 씨가 제작하신 イトデンワニワニ라는 작품입니다. 작년 실전화 투고제에 게시된 작품입니다.
왼쪽 이미지에서, 작자 본인이 혼자서 '닮았다(似てる)'라는 코멘트를 3개나 달았음을 보여주는 연출도 재미있군요. 뭐 그렇게까지 닮았느냐 하면 잘 모르겠지만, 양손에 치킨(그것도 닭다리)을 들고 춤을 추는 일은 보통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는 점이 바로 이 작품의 무서운 부분입니다.
사소한 부분이긴 합니다만, 같은 장면이 일본어로 나올 때는 일본어로 적혀있던 유저명이 다음에 영어로 나올 때는 영어로 바뀌어서 등장합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캐치하기도 어려운 부분인데 여기까지 기어코 수정하고 말겠다는 제작자의 집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만 소재 부족 MAD인 것을 감안하고서도 가장 미스테리한 부분은 바로 이 "아~SEX"라는 대사입니다. 마치 SEX라는 단어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보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듭니다. 심지어 검은 머리 여자아이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 그 뒤로도 2번이나 더 등장한다는 게 정말 잼민이스럽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참 힘들겠네요.
이 장면은 하이라이트 직전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원곡을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이 곡은 하이라이트 직전에 '컴온!' 이라는 나름대로 상징적이고 중독성 있는 대사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도 그 부분을 어떻게 살릴지 처음에 굉장히 궁금해하면서 감상했는데, 갑작스럽게 일본의 배우인 '쇼에이'의 생맥주 광고가 대신 나와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확실히 컴온! 이라는 대사가 찰지긴 하지만, 실전화랑 너무 거리가 멀지 않나요? 그래도 최소한 얼굴은 실전화 캐릭터로 붙어 있으니 아슬아슬하게 인정할 수 있는 범주일 수도 모르죠.
이와는 별개로, 해당 생맥주 광고를 소재로 사용한 세컨드 헤븐 MAD가 정말 좋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이 컵과 컵 사이에 그림판으로 실을 직접 긋는 연출입니다. (이미 선이 있는데 왜 또 그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재, 그리고 이런 작풍에서밖에 시도할 수 없는 연출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이런 장면을 영상에 담아낸 것을 저는 매우 고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뭔가 드로잉 어드벤처라는 옛날 플래시게임 생각도 나고요.
사실 제 편견이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인식 속에서 마스토모 씨는 평소에 꾸준히 정통파 스타일의 작품을 제작해 오는 분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스토모 씨의 채널에서 이렇게 네타성이 짙은 작품을 보게 될 거라고는 잘 생각을 못 했는데, 오히려 의외인 면이 드러나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 와중에 마스토모 씨 특유의 뛰어난 음원 실력은 여전히 건재하게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도록, 뜬끔없는 산산이 인트로와의 매시업이 등장합니다. 사실 요즘은 상술했듯이 MEGAMIX라는 개념이 워낙 음MAD에 자주 등장해서 이 정도는 별 문제 없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진짜 진짜 마지막에는 GB도 배포되어 있으니까 필요하신 분들은 한번씩 사용해 보세요. 여러모로 은은한 광기가 돋보이는 연초의 수작이었습니다.
02. 저는 본 10선 기획을 시작한 2021년, 혹은 그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아주 꾸준히 '곡과 소재의 조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넓게 '센스'를 중시하는 쪽으로 조금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곡과 잘 어울리는 소재를 선정하는 것은 여전히 제 음MAD 작품관에서 매우 중요한 입지에 있는 요소입니다. 실제로 제가 지금까지 작성해 온 10선 기사를 보시면, 이 부분을 콕 찝어 언급하는 작품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각 기사에서 '곡과 소재의' 라고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올해도 제 이런 이기적인 요구에 완벽하게 응해주는, 다음과 같은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올해 ㋥도류집합체라는 무책임집합체 MAD를 게시한 바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은 곡을 사용한 다른 작품들을 많이 참고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작품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제가 2022년 기사에서 소개했던 마니아 소녀와 초콜레이프와도 유사하다 느껴지네요. 묵직한 음압을 자랑하는 음원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데빌맨의 노래라는 소재가 유행한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해당 소재 자체에 대해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 '무책임집합체와의 상성이 매우 좋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단적인 예시로, 무책임집합체는 3음절의 단어가 반복되면서 가사가 시작되는데 데빌맨의 노래도 비슷하게 3음절의 단어(あれは=저것은, だれだ=누구냐)로 가사가 시작합니다. 이 부분을 알아채고 이 소재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시점에서 이미 대단합니다.
그 뒤로도 소재가 되는 곡을 무책임집합체에 완벽히 끼워 맞추려는 시도는 계속됩니다. 본격적인 사비에 들어가기 전 데빌맨의 능력을 소개하는 1절 가사를 사용했는데, 이 부분이 단순한 매시업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인 하이라이트에서는 '데빌맨!' → '그 남자는 ~ 하고'의 기본적인 구성을 반복하되, '~ 하고' 부분을 가사 여기저기에서 가져온 것이 특징입니다. 단순히 매시업 그 이상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데, 그 와중에도 특별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조정한 것이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그 남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남자는 배신자의 오명을 쓰고' 등의 가사는 오히려 원곡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대망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처음 보고 너무 놀라서 한동안 계속 돌려 보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12음절에 딱딱 들어맞는 가사가 데빌맨의 노래에 존재할 수 있는지, 아니 그 전에 어디까지 내다보고 이 소재를 사용하기로 한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아까 사비 직전에 나오는 부분과 가사가 완전히 동일한데, 분위기는 전혀 상이합니다.
이쯤 되면 제가 왜 이 작품의 개요에서 곡과 소재의 조화를 강조했는지 체감이 되시나요? 과장 좀 보태자면, 이 곡이 데빌맨의 노래를 참고로 해서 생겨난 곡이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사비의 음원에서 중간중간 데빌맨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 좋네요. 원곡(무책임집합체)의 정체성은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재(데빌맨의 노래)의 맛은 최대치로 살릴 수 있는 기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원곡보다 이 멜로디가 더 익숙해져서 곤란해질 때도 있습니다.
다만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결국 마지막까지 그 남자는 누구였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의문만 남긴 채로 작품이 끝나 버리는군요. 이 일련의 흐름이 굉장히 흥미롭지 않나요? 그렇게 2분동안 알아내려고 힘썼으면서 결국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작품 내에서 몇번이고 데빌맨! 이라고 힌트를 던져 주고 있기는 하지만요.
참고로 이 작품은 유튜브에 게시된 버전과 니코니코동화에 게시된 버전이 살짝 다릅니다. 텍스처 오버레이의 질감이라든지, 하이라이트 직전의 모션이라든지 몇 군데가 다르니까 그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일 것 같네요. 작자분 본인의 말에 따르면, 니코니코동화에 게시된 게 수정판이라고 합니다.
03.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으나, 저에게 있어서 10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그 작품이 왜 좋은가'를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한 여정에 가깝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좋다고 느꼈던 점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경우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 대개 막연히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기사 작성 과정에서 더 깊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제서야 '이 부분이 내 취향에 맞았구나!'를 알아내는 사례도 꽤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소재의 맛을 곡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든지, 전반적인 모션을 활용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든지 하는 그런 포인트를 집어내는 것이 이 10선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시여겨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다음 작품이 대체 왜 몇십 몇백번을 돌려 보게 만드는지 스스로 상당히 오래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명실상부하게 제가 올해 가장 많이 본 작품 중 하나입니다. 4분 30초라는 음MAD로서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썸네일과 눈이 마주치면 꼼짝없이 인생의 5분을 소비해야 하는, 실로 무서운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썸네일 하나에만 마주칠 눈이 28개나 있어서 더더욱 불리합니다. 체감상 몇백번은 족히 들은 것 같네요.
제가 마니마니라는 곡을 사용한 작품을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사실 이 곡을 사용한 음MAD를 10선에 선정하는 것은 꽤 도전적인 일입니다. 다른 작품보다 길이는 길지만 앞부분은 거의 대사나열 반복뿐이고, 따라서 작품이 진가를 발휘하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리죠. 이러한 구성은 음MAD로서는 훌륭하지만 글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좀 까다로운 후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작품을 선정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한다는 10선 기사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이 소재를 좋아합니다. 아니, 이 소재를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군요. 흔히 '순수재미'라는 말을 사용하는 허들은 꽤 높은 편이지만 이 소재에 그 어휘를 사용하지 않으면, 도저히 다른 사용처를 찾을 수가 없어서 사어(死語)가 되어 버릴 지도 모릅니다. 일단, 원본 미스터 비스트와 전혀 닮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이제 슬슬 자동적으로 미스터 비스트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다만 진심으로 하나도 안 닮은 성기훈에 비하면 양반이긴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미루미루를 리스펙트한 마니마니 MAD의 거의 100%는 초반부가 대사나열의 반복입니다. 그 점은 이 작품도 동일하긴 한데,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분명히 미루미루와 대사 나열의 구성 자체는 동일한데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마 그 원인이 Mr Mr가 사용한 대사나열이 '랩 음악'에서 따왔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루미루의 경우, 평범하게 작중의 '완결된' 대사 하나를 가져왔기 때문에 대사나열이 반복되어도 큰 이질감이 없지만, 이 작품은 랩 배틀의 일부, 그것도 인트로 부분을 잘라 왔기 때문에 대사나열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때마다 제게 악의없는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이 부분의 재미있는 점만 나열해도 10선 하나 분량이 나옵니다만 다른 작품도 소개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넘어갑시다.
여러분은 혹시 '웃긴데 왜 웃긴지 모르겠는' 상황에 처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이 작품을 돌려 볼 때마다 수도 없이 느끼고 있습니다. Rap Battle이라는 단어, 그 뒤에 붙어있는 점 다섯개, 그리고 다음 대사나열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그 짧은 텀을 보면 저는 저항없이 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젖꼭지의 한계'를 외칠 때 홀로 'Rap Battle.....'을 외치는 것이 굉장히 멋집니다. 그리고 어쩌면 성기훈의 '성기'만 붉게 칠한 것이 원작의 '젖꼭지'를 의식한 연계일 지도 모르고요.
여담으로 oz Han 씨가 제작한 음MAD-MIX인 24100이 소리믹스에서 상영되었을 때, 이 작품이 꽤 비중있게 등장했습니다. 그 시작을 알리는 문구가 바로 Rap Battle.....이었는데, 저는 회장에서 이 문구를 보자마자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이 장면에서 일반적으로 네 모서리에는 비트가 나와야 하는 자리 아닌가 싶은데, 대신 2프레임으로 들썩이는 미스터 비스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치가 높습니다. (GIF로 뽑는 과정에서 덜 신나 보이게 나오긴 했는데, 실제로 본다고 큰 차이는 없긴 합니다.) 게다가 네 모서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체스의 룩 같은 존재라서, 화면의 어디를 봐도 눈을 마주쳐야 한다는 게 정말 공포스럽습니다.
모든 마니마니 MAD의 최고점, 대망의 하이라이트의 시작입니다. 갑작스럽게 '진짜' 미스터 비스트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사실 저희는 남도형 성우의 한국어 더빙판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 목소리가 더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 점을 간파했다는 듯이 바로 다음에는 한국어 더빙판 목소리가 나와 주는 것도 이 작품의 큰 메리트입니다. 자 지금 제 뒤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들이 있습니다! 농담 아니고요, 이 차는 무려 2억 5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본격적인 조교로 들어갔을 때는, 소재 체급은 차치해 두더라도 이 작자의 센스가 정말 돋보입니다. 「燃ゆる思いはFinal Test, BeastのMoney Money」라는 가사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작품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증명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들려오는 작자 특유의 담백한 조교가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와서야 '진짜' 지미와 눈을 제대로 마주칠 수 있다는 점도 예술점이 높습니다.
저는 이 단락을 적느라 이 작품을 또 몇십번 돌려 보았는데 여전히 웃음이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심한 감기에 걸린 터라 웃을 때마다 기침이 나오는 바람에, 실로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04. 2024년에 가장 많이 사용된 소재를 고르라면, 아마 저는 블루 아카이브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많은 소셜 게임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인기를 자랑하고, 그만큼 많은 네타와 밈을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은 그야말로 소재로서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며, 이미 블루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음MAD를 제작하고 있는 작자도 상당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음MAD에 등장하는 부분 이외에는' 블루 아카이브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해 본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선정한 작품에 대해 글로 열심히 설명을 적어 내려가야 하는 본 기획의 특성상, 블루 아카이브 MAD를 소개하기 정말 까다로워집니다.
하지만, 달리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을 선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요?
시작하기 전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블루 아카이브를 잘 모르고 한 적도 없습니다. 혹여나 제가 이 단락을 작성하면서 틀린 부분이 있다면, DM 등으로 피드백을 보내 주세요.
이 작품은 外湯(소토유) 씨가 제작한 영상인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사람은 수많은 블루 아카이브 MAD 작자, 아니 모든 음MAD 작자를 통틀어서도 가장 확고하게 자신만의 음MAD 세계를 구축한 사례입니다. 마치 자신의 광기를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낸 것처럼 폭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블루 아카이브를 몰라도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나 이 캐릭터를 사용한 음MAD의 불안한 썸네일이 보인다면 십중팔구는 이 분의 작품입니다.
애초에 제가 아는 한 California Gurls(오타가 아닙니다)라는 곡은 블루 아카이브와 직접적인 연관이 전혀 없는데, 그냥 일단 작품에 넣어놓고 무츠키의 목소리인 것처럼 공인하는 그 괘씸함을 저는 고평가하고 싶습니다. 음MAD스럽고 좋지 않나요? 이게 하도 정설처럼 유명해진 나머지, 오히려 진짜 무츠키의 목소리를 사용한 작품에서는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대부분의 대사를 아예 처음 들어봅니다.
참고로 이 소재를 아예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게임 '13일의 금요일 더 게임'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에서 곡 California Gurls에 맞춰 감정표현을 하는 밈이 원래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춤을 게임 블루아카이브의 등장 캐릭터 아사기 무츠키가 추도록 만든 것이 마찬가지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음MAD 계에서는 그냥 이 곡의 보컬이 해당 캐릭터의 목소리인 것처럼 취급하는 불문율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제가 적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이 작품에 담긴 광기를 알아보려면 재생 후 약 5초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강렬한 'SEX'로 시작하는 지옥같은 인트로, 왜 좌우대칭 되어있는지 모르겠는 케이티 페리의 얼굴은 보는 이에게 이미 크나큰 충격을 선사하고도 남습니다. 아마 이 작품을 제외하면 'SEX'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블루 아카이브 MAD는 존재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고가 등장합니다. 작품의 제목이 イガクフ이므로 무츠키의 오른쪽 절반이 'フ'라는 의미가 되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무츠키 전체는 'クフ'를 나타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연출입니다. 일반적인 사람의 인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주입니다만 어차피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별 문제는 없을 거 같긴 합니다.
하라구치 사스케는 왜 강제로 케이티 페리와 싸워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한술 더 떠서 오른쪽에 영화 에일리언 VS 아바타의 포스터가 등장합니다. 덕분에 강제로 둘 중 한명은 에일리언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IMDb에서 별점 1.5점을 자랑하는 쓰레기 영화입니다.
놀랍게도 여기까지 설명했는데 작품이 단 10초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인트로 얘기는 이쯤하고, 전반적인 작품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영상 전체가 밀도높은 광기로 물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모션 하나하나가 광기에 가득 차 있으며, 특히 왼쪽 이미지의 띠용띠용 → 들쭉날쭉 2연타는 지금 봐도 충격적입니다. 제가 루피나 미스 인크레더블이 아니라서 참 다행입니다. 이 영상에 세뇌되는 바람에 매일 아침마다 몸을 늘려 저런 자세를 취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을 테니까요.
직전 왼쪽 이미지에서도 잘 보면 확인되는 부분인데, 이 작품의 가사는 전반적으로 '포(フォ)'나 '데이(デぃ)'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의학 원곡이 저런 어미로 가사를 끝맺은 것은 아니고, California Gurls라는 소재를 십분 활용하기 위한 변주입니다. '포'는 Cali'for'nia에서, '데이'는 'Dai'sy duke라는 가사에서 각각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대단한 소재 활용력이긴 한데, 문제는 다시 말하지만 애초에 이 곡은 무츠키라는 캐릭터랑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작품의 완성도에 속아서 이 점을 잊어버리시면 곤란합니다.
굳이 무츠키 댄스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블루 아카이브 관련 네타 혹은 밈도 대거 등장합니다. 모모이가 N-Word를 말하는 영상이라든지, 코유키의 얼굴을 잡아 늘린 카(蚊)유키라든지 말이죠. 찾으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긴 한데 제가 하나하나 설명하기엔 지식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짚고만 넘어 가겠습니다.
또한 작품의 전개 특성상 '캘리포'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세 마디에 한번 정도는 캘리포(カリフォ)라는 말이 들릴 정도입니다. 물론 작품에 등장하는 것만 따라잡기에도 눈과 귀가 벅차긴 합니다만,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많은 캘리포가 이 작품에 숨겨져 있습니다. 일례로 위 이미지는 1차 하이라이트의 가사인데, 언뜻 보기엔 평범한 가사같아 보이지만 검색해 보면 원곡과 가사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狩法나 仮峰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별다른 의미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이유인 즉슨, 이것은 실제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카리포-'와 유사한 발음을 가진 단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자가 두 한자를 합쳐서 만든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狩法: 狩(かり, 사냥) + 法(ほう, 법) = かりほう(카리호-)
仮峰: 仮(かり, 거짓/임시) + 峰(ほう, 봉우리) = かりほう(카리호-)
간략히 설명하면 위와 같은 구조가 됩니다.
의외로 후반부의 매시업 파트에서 California Gurls의 가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꽤 세련되었다는 점도 관심사입니다. 특히 Bikinis의 B를 90도 돌려, 문자는 유지하되 형상을 시각화하는 기법으로 보는 이의 뇌리에 이 장면이 강하게 인식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게 없어도 이미 충분히 각인되어 있겠지만요. 마지막까지 광기를 아낌없이 내보여주면서 마무리짓는 방법도 훌륭합니다. 보는 내내 쉴 틈을 전혀 주지 않는군요.
워낙 너무나도 많은 요소가 한 번에 담긴 작품이라서 더 적을 내용이 차고 넘치긴 한데, 그러다가는 글의 분량이 속절없이 길어져 버릴 것 같아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보았고 나름대로 설명할 수 있는 포인트만 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문외한의 시점이라서 아시는 분들께는 어떻게 다가왔을지 모르겠네요. 꽉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밀도를 자랑하는 굉장한 작품이었습니다.
05. 우리는 이미 직전 작품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사례를 만나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서, 작품 자체에 일종의 '변주'를 주는 케이스도 존재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안 될거 없죠. 음MAD는 자유분방하기 때문입니다. 자칫 고리밀기로 여겨질 수 있는 하나의 네타를 통해, 순수 본인의 능력만을 바탕으로 보는 이들에게 납득감을 선사하는 말도 안되는 작품이 2024년 등장했습니다. 우연히도, 본 작품 역시도 곡이 소재 시리즈에 속하며 공공장소에서는 조금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다음 작품은, 익숙한 요소가 단순한 왜곡을 통해 얼마나 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해답입니다.
* 한국에서 시청이 불가하여 부득이하게 직접 유튜브에 비공개로 업로드한 영상을 첨부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가장 처음에 작성한 10선 기사인 2021년 10선에도 Baqeela를 사용한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10선에도 이 곡을 사용한 작품이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랍습니다. (참고로 Retions님의 10선에서도 Baqeela가 등장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째서 곡이 유행한 뒤 3~4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고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재에 대해서는 일단 차치해 두고, 작품을 틀자마자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는 것은 '뭔가 느린데?' 일 겁니다. 느끼셨다시피 이 작품에 사용된 Baqeela는 원곡보다 좀 느립니다. 물론 저는 곡의 BPM이나 키를 바꿔서 듣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2년 전에 Haunted Dance의 BPM을 낮춘 유명한 작품인 Haunted Resort를 소개드린 바 있지만, 사실 곡을 배속했다면 모를까 느리게 해서 사용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하지만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왜 이 작자는 곡의 BPM을 낮춘다는 '변주'를 시도했는지, 그로부터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를 명확히 알게 됩니다.
이 소재는 사츠키 미도리(五月みどり)라는 일본의 배우가 부른 「숙녀B」라는 곡입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올해따라 곡이 소재인 작품이 뭔가 많은 것 같네요. 한편 이 곡은 몰라도, 나카모리 아키나(中森明菜)가 부른 「소녀A」라는 노래는 아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릅니다. 숙녀B는 소녀A가 발매된 지 약 10개월 후에 발매된 곡으로, 소녀A를 벤치마킹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곡에 비해 너무나도 저속한 가사와 이질적인 분위기로 인해 알음알음 네타가 되어 있던 곡입니다. 참고로 현재 숙녀B의 판매량은 사무소에 의해 기록 말살형에 처해져 있다고 하네요.
▼ 가사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참조하세요.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가사 일부
バナナの皮をむくように
바나나의 껍질을 벗기듯이
私の服をぬがせたら
나의 옷을 벗긴다면
しばらく灯りをつけたまま
잠시만 불을 켠 채로
見おろしていてほしい
내려다봐 주었으면 좋겠어
あなたの目に犯されて
당신의 눈에 범해져서
あたしは落ちてゆく
나는 무너져가
ラララ… ウウウ…
라라라... 우우우...
燃えやすい としごろ
불타기 딱 좋은 나이
私だけが すごいんじゃないわ
나만이 대단한 게 아니야
みんな本当はこうなのよ
다들 사실은 이렇다니까
左の乳房に貞操を
왼쪽 유방에 정조를
右の乳房に欲望を
오른쪽 유방에 욕망을
つつんで生きている女
품은 채 살아가는 여자
あたし熟女B
나는 숙녀B
이 작품의 작자인 Ostrich 씨는 대략 2011년부터 음MAD 제작을 시작한 상당한 고참이신데, 2024년 언젠가부터 이 숙녀B라는 소재에 꽂히셨는지 홀로 수많은 숙녀B의 음MAD를 제작해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숙녀Baqeela라는 작품은, 이러한 일련의 궤적의 더할 나위 없는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소재가 숙녀B이고 그로부터 이어지는 Baqeela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센스가 넘칩니다.
참고로 Ostrich 씨의 다른 작품으로는, 모두 코로부시카할 수밖에 없잖아! 나, Yazawa Spirits 등 묵직한 작품이 많습니다. 다른 분들이 소개해 주셨던 리메이크 합작 OTOMAD TRIBUTE Vol.2에만 이 작자분의 작품이 2개나 수록되어 있으니, Yazawa Spirits 말고 다른 하나도 직접 찾아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기까지만 보면 언뜻 보기에 단순히 저급한 네타를 통한 웃음으로 밀고 나가는 작품이지만, 그 실체는 숙녀B라는 곡과 관련된 모든 소재를 자력으로 끌어모아 한데 어우러지도록 한 굉장한 작품입니다. 보시다시피 소재 자체의 파괴력때문에 묻히기 쉽지만, 음원과 영상의 모든 부분이 상당히 세심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앨범 표지의 숙녀B 문구를 하나하나 그대로 사각형으로 마스킹해 음원에 맞춰 나타나게 하는 모션이나, 양손이 멀어지면서 전류가 흘러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연출 등이 곡이 소재 시리즈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새롭습니다. 사실 이 숙녀Baqeela라는 작품이 등장하기 전에 Ostrich 씨의 숙녀B MAD는 보통 앨범아트 하나가 중앙에 위치해있고 자막이 주가 되는, 이것보다는 꽤 단순한 형식에 가까웠습니다. (위 마이리스트 이미지 참고) 그러던 중에 이렇게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는 작품이 등장하니 열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다른 연출로는 대단한거야!!(スゴイのよ!!)라는 대사에 맞춰 야바이와요!!를 패러디한 장면이 나오는 것 (좌), 그리고 가수의 이름인 '미도리'에서 착안하여 이름이 미도리인 다른 인물을 보여주는 연출로 구글 캡차를 채택한 것 등이 있습니다. (우) 따지고 보자면 전혀 연관은 없지만 이 점이 오히려 음MAD 다워서 좋다고 할까요.
또, 이 작품의 다른 진가는 음원에서 빛을 발합니다. 원곡을 고려해 느려진 BPM에 맞추어, 음조절이 단순 피치 조정만이 아니라 원곡의 기묘한 창법을 최대한 살린 듯한 느낌이 정말 최고입니다. 1:13과 2:04에서 이 점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Baqeela라는 곡의 매우 상징적인 부분 중 하나인 스크래치 파트에서는, 타다이마-!!! 시리즈를 의식한 듯 하면서도 꽤나 다른 연출을 보여줍니다. 스크래치 자체는 중앙이 아닌 양쪽에서 묘사되고, 이는 위에 가사에서도 잠깐 나왔었지만 '왼쪽 유방에 정조를, 오른쪽 유방에 욕망을'이라는 가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정조와 욕망으로 디제잉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관계자분들, 다음 소리믹스때 제가 아이디어를 하나 드린겁니다.
가운데에는 TV 프로그램 트리비아의 샘에서 소녀A와 숙녀B를 비교하는 회차를 보여줍니다. 자세히 보시면 가운데에 'B'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영상을 실제로 보시면 마치 유비트처럼 가사에 B라는 음조절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저 B라는 글자가 등장합니다. 어디까지 디테일을 추구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망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사비에서 숙녀B의 원곡인 소녀A를 비롯해, 소녀A→소녀S→소녀Q→소녀E로 이어지는 곡이 소재 러시에서 이 작품의 발상력에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거의 혼자서 밀던 네타인지라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케이스도 별로 없었을 터인데, 이렇게까지 작품의 흐름을 완벽하게 짜낼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저는 특히 소녀S와 소녀Q의 가사 음조절을 좋아합니다.
직전에 설명했던 의학쿠후처럼, 본인이 밀고 나가고 싶은 소재를 바탕으로 해 하나의 작품 세계관을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숙녀B라는 곡과 그 MAD에 대해 알고 싶다면, 사실상 이 작품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썸네일도 Baqeela에서 흔히 보이는 타다이마-!!! 시리즈가 아니라, 작곡자 owl*tree의 로고에 숙녀B의 앨범아트를 자연스레 섞어놓은 것까지 디테일하네요.
06. 한 해에는 음MAD 계에 있어서 수많은 유행곡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2024년의 Bling-Bang-Bang-Born이나 네 기꺼이처럼 첫 등장부터 돌풍을 몰고 오는 사례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전년도의 Sparkling Daydream처럼 과거의 곡이 다시 한번 역주행을 하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유행 경위도 물론 흥미롭습니다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곡이 유행함에 따라 자연스레 그 곡을 사용한 MAD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센세이션에 의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겠죠. 그렇지 못한다면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양산형 무언가가 되어 버릴 지도 모르니까요.
이러한 전략에는 '시청자로 하여금 의구심을 들게 한다'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해의 라이어 연합에 이어 AKX652(문익명) 씨가 올해도 자리해 주셨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소재가 통일교가 아니라, 이만희를 필두로 한 신천지라는 점이 다릅니다. 허나 소재는 달라도 여전히 느껴지는 '이들을 소재로서 극한까지 빨아먹겠다'는 광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리얼 샘플 스타일의 음원 실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 APT.라는 곡이 정말 크게 유행했고, 저도 그 사실 자체는 알고 있습니다만 실은 저는 이 노래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비단 이 곡만 그런게 아니라, 저는 누가봐도 숏폼이나 그곳에서 행해지는 챌린지를 겨냥해서 만들어진 듯한 곡을 좀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음악들보다는 옛날 국내 음악을 더 즐겨 듣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작품을 선정한 것은, 이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무언가 다르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AKX652 씨가 이 노래로 작업했다는 것부터가 1차 충격이었고, (이 전에도 한국의 음악을 사용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제 생각의 20배정도 한국 음MAD의 스타일과 유사한 작풍이었기 때문에 2차로 충격받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한국어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일본 MAD의 그것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이 작품은 갑작스럽게 한국 작품의 전반적인 포인트를 완벽히 캐치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 주변에 Outer/Inner Glow가 먹여있는 점이라든지, 혹은 텍스트에 Turbulent Displacement를 통한 꾸물거리는 효과가 들어가 있다든지 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한국 작품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다만 이건 추후 등장할 Lyric Video를 참조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긴 합니다.) 차라리 여유만만 채널에 게시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0:43 부근에서 프레임 드랍과 함께 Wiggle이 들어간 사진이 등장하는 장면도 정말 한국에서 많이 보이는 연출이기도 합니다.
이 작자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소재 수집과 활용 능력이겠죠. 이를 증명하듯이 시작하자마자 곡명이 아파트인 점에서 착안해 신천지와 관련된 '동산아파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또 다른 공간인 '한마음 아파트'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 두 장면만으로 이미 앞으로 얼마나 풍부한 소재가 등장할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초반부의 전반적인 영상 스타일은 브루노 마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APT.의 Lyric Video를 레퍼런스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영상이 있다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음MAD에 재현해 낸 것은 이 작자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음원, 영상, 소재 확보 능력, 센스까지... 그야말로 곡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쯤 되면 소재를 한없이 확장시켜 모든 곡에 어울리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동시에 원곡이 영어 가사인 만큼 서양 외신에서 신천지에 대해 다룬 음성 소재의 비중이 높게 등장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천지라는 소재는 한국어 위주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말이죠. 덕분에 한국어나 일본어 중심의 대사나열이 주가 되는 음MAD의 특성상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작품에는 사비가 총 2번 등장합니다. 그리고 두 하이라이트 앞에는 항상 영문장의 음조절이 나오는데, 저는 이게 너무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절의 외국인 기자의 대사 음조절은 박자감이 지나치게, 이 곡에 과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느껴집니다. 이 부분은 진심으로 말로 설명하기에는 아무리 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들어 보셔야만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여기도 영어 가사임을 염두에 두고 발견한 소재겠죠?
한편 두번째 사비 직전에는 원곡 가사를 바탕으로 한 조교가 나오는데, 이만희가 아니라 다른 전도사의 인력이 등장한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사실 이 앞까지는 원곡에 맞춘 조교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소재의 '대사'에 집중하는 음원이었는데, 여기까지 와서 마침내 인력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음원 자체가 아니더라도, 1절에서 외신 기자가 후계자를 물음(사비 직전) → 아이돈노우라고 답변(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흐름이 작품의 완성도를 극도로 높여줍니다. 즉 하이라이트 앞부분을 단순히 소재만 같은 대사나열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이라이트의 폭발력을 높여줄 수 있는 '빌드업'의 역할을 하도록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다는 말입니다. 덕분에 이 작품 전체를 볼 때는 달리 스토리는 담겨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품 하나에만 한, 중, 일, 미 4개국의 요소가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느 국적의 사람이고, 무엇이 그를 이렇게까지 하도록 만드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특히, '기도 at the'와 같은 개사는 해당 언어의 화자가 아니라면 떠올리기 어려운 문구라고 생각되는데, 정말 이 작자분의 정체와 한계를 알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원곡의 분위기에 맞춰 코러스가 추가되면서 웅장하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최종 하이라이트입니다. Lyric Video에 맞춘 PV에 가까운 연출에서 시작해, 결국 마지막에는 음MAD의 근간과도 같은 좌우반전이 등장한다는 점도 참 고평가하고 싶습니다.
AKX652(문익명)씨, 내년에도 많은 작품을 게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07. 보통 음MAD라고 하면 곡을 일부만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곡 전체를 커버하는 경우는 경연합작 단품처럼 여러 사람이 하나의 작품을 작업할 때 이외에는 그다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풀버전을 사용한 개인작은 찾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아키라멘나젯타이 나 부탁할게! 캠퍼스 라이프 등 선례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이것도 흔히 '1절치기'로 불리는 작품들의 수에 비해선 절대 주류는 아닙니다. (1절치기를 비하하는 의견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곡 전체를 사용하는 개인작'의 가치를 더 올려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그 곡이 꽤나 유행했던 음악인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심지어, 이 작품처럼 '소재가 많지도 않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바보통신이라는 곡을 꽤 좋아합니다. 왜 좀 더 강하게 유행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말이죠. 손그림으로 유명한 밈들을 재현한다는 구성의 MV나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와 자조적인 가사 등이 음MAD 제작에 꽤 최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MV를 가진 작품이 으레 그렇듯 저점은 낮은 대신 고점은 한없이 높은 류의 음악이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다른 바보통신 MAD와는 첫 인상부터 뭔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원곡 멜로디의 충실한 재현을 바탕으로, 적은 양의 소재를 한계까지 끌어모아 대사 하나하나를 활용하겠다는 작자의 의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풀버전'이라는 점이겠죠. 이 정도 소재로 1절치기를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보란듯이 2분 30초라는 분량을 온전히 완성해 내보였습니다. 경외감이 느껴지네요.
전반적인 영상에는 씬의 단순 나열과 좌우반전, 혹은 역재생 등 간단한 기술밖에 사용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작품과 스타일에 최고로 조화된다고 보입니다. 이 이상 있었다면 이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으리라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심플한 편집만 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작품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마스킹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장면을 마치 한 씬에 담긴 것처럼 합치는 기법도 들어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전개를 따라갈 수 있도록 시청자를 배려하는 부분이라고 보아야겠죠.
이 작품에는 작자의 센스에 주목할 만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서, 결국은 작품 전체를 전부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왼쪽 이미지는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라는 대사에 맞춰 레터박스도 열리면서, 화면이 4:3에서 16:9로 넓어지는 연출입니다. 실로 간단한 움직임이지만 이것만으로 시청자들은 '열린다'는 행위에 기존의 몇 배 이상으로 집중하게 됩니다.
한편 오른쪽 장면은 왼쪽에서 바로 이어지는 장면으로, 이번에는 음원에 주목해 봅시다.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그에 비해서 '흰수염'은 어떻지?'라는 대사는 존재하지만, "골 D. 로져에 비해서 어떻지?"라는 대사는 없습니다. 즉 오른쪽 이미지에서 두번째로 등장하는 골 D. 로져를 언급하는 대사는 제작자가 짜깁기한 것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대사를 만들기로 한 것인가 하면, 우선 원곡의 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보통신이라는 곡의 특징 중 하나는, 라임을 맞춰서 운율을 밟는 가사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보시다시피 이 장면에서 원곡의 가사는 '~ときに(토키니)'와 '~どけ(도케)'로 운율을 밟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인식한 채로 우측 이미지의 대사를 다시 보면,
それに比べて白ひげはどうじゃァ…?
그에 비해서 흰수염은 어떻지...?
ゴールド·ロジャーと比べてどうじゃァ…?
골 D. 로저에 비해서 어떻지...?
와 같이, 원곡과 마찬가지로 운율을 밟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다시말해 굳이 골 D. 로저를 언급하는 대사를 만들어 낸 것은, '쟈(じゃ)'라는 발음을 기준으로 또 한번 라임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 하나하나에도 작자의 센스가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1차 사비에서는 음MAD 특유의 재생-역재생 반복 기법을 기반으로 한 영상이 특징입니다. 이만큼 심플하게 재미있는 연출도 몇 없죠. 그리고 간만에 보는 새로운 느낌의 폭가로이드인지라, 저는 리얼 샘플 애호가로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점은 굉장히 분노에 차 있는 듯한 목소리의 인력에 비해서, 의외로 가사가 상당히 냉정하다는 점입니다.
取り消せりゃ良いって もんじゃないが
취소하면 그만이란 건 아니지만
消せるなら消させるに越したことはない
취소할 수 있으면 취소하는 게 제일이야
처럼 말이죠. 굉장한 자기객관화 능력입니다.
이와 동시에 뒤에서는 꾸준히 멜로디의 재현이 성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뭔가 다른 바보통신 MAD들에 비해서 멜로디의 음조절에 더 큰 힘을 쏟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대사나열이 묻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오히려 대사나열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체감이 됩니다.
풀버전인 만큼 작품은 2절에 도입하고, 여기부터 본격적으로 일명 「패배자 랩」이 등장합니다. 원피스에서 이 부분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네타죠. 이 부분의 가사는 양정훈 님의 기사에 잘 설명되어 있으니 그쪽을 참조하시면 되는데, 간략히만 말하자면 원본 대사를 이용해 아카이누가 굉장히 유치한 악담을 퍼붓는 일종의 랩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무튼 1절에서는 나오지 못했던 패배자 랩이 2절에서 드디어 전부 모습을 드러낸 것은, 풀버전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라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작품 전체를 물론 애정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1:40부터 등장하는 대사나열입니다. 사실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보면 앞부분과 비슷하게 평범한 대사나열이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에이스의 대사나열이 '원곡의 배열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위 GIF에서 에이스가 말하는 것은 "흰수염은 이 시대를 만든 대해적이다! / 나를 구원해준 사람을 바보 취급하지 마!"라는 원작에도 나오는 대사인데, 이 두 문장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능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너무 좋기 때문에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원곡 바보통신의 가사 소절이 나뉘어지는 박자(위)와, 이 음MAD에서 대사를 나열한 박자(아래)를 비교하는 이미지입니다. 한 눈에 봐도 원곡이랑 박자가 꽤 다르다는게 느껴지시나요? 일반적으로 한 뭉탱이로 여겨지는 원곡의 가사보다 나열하고자 하는 대사가 더 길기 때문인데, 보통 이런 경우는 대사를 잘라내거나 혹은 두 소절로 늘리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만 이 작품은 오히려 강행돌파하는 형식으로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3문장으로 이루어진 가사를 2문장만으로 완벽하게 커버하는 능력은 저도 정말 배우고 싶을 정도입니다. 왜 대사나열 위주의 MAD를 만들고자 했는지, 자신감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저 부분을 다시 한번 감상해 보세요!
다시 말하면 소절에서 소절로 넘어가는 일종의 트랜지션에, 대사나열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과감한 기법이 잘 먹혀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사가 들리는 원곡이 아닌 Inst 혹은 본인이 직접 작업한 귀카피 버전을 멜로디에 깔아둔 게 한 몫 했을 지도 모릅니다. 가사가 들리면 어쩔 수 없이 보컬이 2개가 들리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드디어 마지막 사비입니다. 뭔가 가사는 1절이랑 똑같고 재생-역재생 기법인 것도 별 차이는 없는데, 분노는 최고조인 듯한 장면을 가져와서 몇 배는 더 화난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여기부터는 재생-(좌우반전된)역재생 기법이 추가됩니다. 말로 하면 이게 뭐야 싶으시겠지만, 직접 보시면 훨씬 이해가 빠릅니다. 흔히 마구로식 회전이라고 하는 그거죠.
그리고 이건 제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뭔가 회전하면서 다가옴에 따라 화면의 흑백 대비가 더 눈에 띄게 바뀌는 것 같네요.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기분은 좋습니다.
이 부분, 이 GIF 하나에만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정말 가득 들어있습니다. 리니어 그래프 기반으로 움직이고 회전하는 텍스트, 대사의 마지막 '다' 부분에서 움직이다가 딱 정지하는 입의 디테일함, 12피치 올라가는 끝의 인력와 그에 맞춰 함께 발광하는 화면까지,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말로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제발 직접 보시고 온몸으로 느껴 보시길 권합니다. 그야말로 이 소재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네타가 전부 빠짐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에이스가 마구로식 회전을 하는 중간중간에 아카이누의 '응?'이 박자를 쪼개면서 치고 들어옵니다. 아마 미트 소스로 먹는다♪라는 작품을 의식한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진실은 작자 분만이 알고 계시겠죠. 저는 두 작품 다 상당히 좋아합니다. 너무 좋은 작품이라 이 단락을 쓰면서도 즐거웠네요.
08. 제가 작년 기사에서 고·토·프레지던트와 사쿠라코 체인소를 선정했을 때, 가장 많이 보았던 반응이 바로 '이 두 작품을 고를 줄 몰랐다' 였습니다. 물론 제가 애니메이션이나 소셜 게임과 같은 소재에는 다른 소재보다 좀 관심을 덜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그 소재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지 의도적으로 해당 소재폭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깊게 찾아 볼 생각도 딱히 없긴 합니다.) Retions 님의 말마따나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의 음MAD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편파 판정이고, 사이키라 님의 말마따나 가장 재미있는 소재는 바로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는 소재니까요. 제게 있어서 애니메이션 소재는 이 부분의 완벽한 여집합입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드리자면, 저는 이런 류의 소재를 사용한 작품의 높은 가치를 깎아내리고 못 본체 하면서까지 제 작품 폭을 좁혀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다음 작품을 선정한 것은 저 스스로도 꽤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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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지난번 고·토·프레지던트에 이은 봇치 더 락 엑스트라 MAD 시리즈입니다. 저도 올해도 이런 류의 작품이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이 작품은 이번 10선 작품 선정 기간의 가장 마지막 날에 귀신같이 투고된 작품입니다. 작자는 음MAD 메들리인 OTOMAD CAPRICCIOSO를 제작한 인물로도 알려진 절망 씨입니다.
뇌내디스코는 이제 음MAD에 있어서 상당히 유명해진 음악 중 하나죠. 뭔가 해외보단 국내에서 니고디스코를 기반으로 더 일찍이 유행한 감이 있는데, 그 이후로 다양한 수작들이 게시된 바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뇌내디스코 MAD를 생각하고 이 작품을 클릭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초반부터 사카낙션의 곡인 「아이덴티티(アイデンティティ)」와의 매시업이 여러분을 반겨줄 거니까요. 작품을 더 즐기고 싶으신 분은 먼저 아래 곡을 감상하고 아래로 내려가시는 건 어떨까요.
다 감상하셨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알아봅시다!
가장 처음에 들리는 가사가 뇌내디스코가 아닌 아이덴티티의 가사라는 게 새삼 놀랍네요. 한술 더 뜨는 점은, 후리가나만큼은 뇌내디스코의 것을 그대로 남겨 두었다는 겁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발상은 어디서 나올 수 있나요? 덕분에 어디를 보고 읽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왼쪽 위에 513900000000 000000008110114 라는 숫자는 뇌내디스코의 MV에 있는 9:06이라는 숫자를 그대로 가져온 연출인데, 이를 고로아와세로 나타내면 510(고토)+3(산)+9京(큐케-, 9경=휴게와 발음이 같음)+8110(하잇테)+114(이이요〜) 가 됩니다. 제가 음몽 등에서 수많은 고로아와세를 봐왔지만 '9경'의 고로아와세는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 보면 이게 뇌내디스코 원 MV의 리스펙트라는 점도 눈치 못 챌 정도입니다.
이 하이라이트 앞부분은 기본적으로 아이덴티티와의 매시업이 전부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작자 특유의 센스가 발휘되는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내디스코의 첫 가사인 '데모사'의 '사'를 대사인 '고토산'의 '사'에 그대로 활용한다든가(좌), 혹은 아이덴티티의 가사인 '쇼윈도'에서 '윈도'를 소재 대사인 '이이요~'로 갑자기 바꿔치기하는 연출이라든지(우) 말이죠. 저는 이렇게 가사를 계속 네타에 맞춰 몰래 조금씩 바꿔나가는 연출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이라이트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모브 캐릭터의 면상이 강하게 확대되었다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트랜지션되는데, 이 과정이 또 심하게 리니어 그래프 모션이라서 좋습니다. 바로 위 단락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저는 리니어 그래프를 통해 모션을 주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보신 분들이 계실진 모르겠지만 저는 2021년에 이 블로그를 처음 개설하고 썼던 글이 「리니어 그래프를 영상에 활용하라」라는 칼럼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지워버려서 볼 수가 없는데 저도 다시 읽고 싶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기억을 복원해서 다시 적어 보겠습니다.
문제의 하이라이트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전혀 모브 캐릭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보컬 완성도겠죠. 물론 제작자가 텔레캐스터 제츠보이 등의 작품을 제작한 절망 씨니까 뭐 이해가 안 될 것도 아니긴 합니다. 참고로 이처럼 엑스트라 캐릭터로 뛰어난 수준의 인력을 보여주는 다른 작품으로는 이 작품이 있습니다.
밑에 가사 늘어나는거 보이시나요? '오돗테이요'에 '고토산큐-케-하잇테이이요'를 집어넣기는 음절이 좀 부족한 거 같긴 한데, 뭐 어떻게 들어가긴 했으니까 OK입니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도중에는 포니를 의식한 연출이 나오기도 하는데, 또 그 바로 뒤에는 아예 아이덴티티가 인력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의 음MAD 다운 상당한 자유분방함이죠. 그런데 이 부분이 또 심하게 듣기 좋아서 문제입니다. 어떻게 이 적은 양의 대사를 가진 소재로 이렇게 유창하게 노래하는 음원을 만들 수 있는지, 조교에 연이 없는 사람으로서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저는 (이미 몇 번이고 말했지만) 소재 부족을 좋아하는 만큼 저 역시도 엑스트라나 마이너 소재를 사용한 이런 작품을 하나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늘 보컬이 말썽이더군요.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상당히 골때리는데, "들어가도 좋아~ 고토 씨 씨~ 휴게 들어가면~ 안돼~" 라는 뉘앙스의 가사입니다. 앞에서 내내 쉬러 가도 좋다고 하다가 마지막에 와서 갑자기 안된다고 하니 이거 진짜 답답하네요. 일상에서 만나면 정말 싫은 상사 유형 TOP 1입니다.
이제 이쯤 되면 오히려 주인공 캐릭터보다 엑스트라가 더 동적인 기묘한 상황이 되어갑니다. 엑스트라 캐릭터 특유의 절제미로부터 시작해 점차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움직임을 멈춰버리는 (로봇아빠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흥미를 돋웁니다. 당장 위 이미지만 보고 일반인한테 누가 주인공인 것 같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왼쪽을 고르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지 할말만 하고, 검은 배경에 상대를 내버려둔 채로 그냥 사라져버립니다. 그래서 결국 휴게를 들어가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앞으로의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화상 회의 종료'라는 코멘트가 지나갔던 게 기억나네요.
09. 저는 파워풀한 음MAD를 상당히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기분 좋을 정도의 적당한 난잡함과 시끄러움, 혼란스러움이 음MAD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파워풀함을 넘어서서 그야말로 '폭력적인' 음MAD들도 간간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하면, 시청자를 해당 작품 안으로, 마치 슈퍼마리오 64마냥 끌어 잡아갈 수 있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작품을 보기 시작하면, 그 작품이 끝날 때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작자가 무엇을 의도했든 간에 알면서도 당하게 됩니다. 다른 소재를 가져다 쓰든, 곡을 마구잡이로 섞어버리든 간에 말이죠.
아홉 번째 작품으로, 제가 근래 본 음MAD 중 가장 폭력적인 작품을 하나 소개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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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라이어 댄서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양정훈 님이 라이어 댄서 10선을 작성할 수 있었을 만큼, 올해에만 수많은 라이어 댄서 명작들이 탄생한 바 있습니다. 저도 이 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라이어 댄서 MAD의 후보를 줄이고 줄이느라 정말 애먹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와중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작품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게시자 명의인 やや嵐는 개인의 활동명이 아니라 팀 계정입니다. 저도 이 그룹에 속해 있는 몇몇 작자분만 알고 있을 뿐 전체가 어떤 멤버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는 터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이 작품은 일본의 강사이자 탤런트인 '하야시 오사무'를 소재로 한 라이어 댄서 MAD입니다. 그는 합작 Z회앵랑기 에서도 등장하며, 대표적인 유행어로는 "지금이죠! (今でしょ!)"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카사네 테토가 아닌 '카사네 데쇼'가 여기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벌써 센스가 상당하네요.
영상을 틀자마자 아마 모두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전례없는 드럼의 음압이겠죠. 잘 들어보면 비트가 케츠드럼, 즉 붕탁 소재의 비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해도 드럼의 존재감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자 메리트입니다.
이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네프리그(ネプリーグ)'라는 TV 프로그램인데, 여기서는 다양한 형태로 참가자들이 문제를 풀어 나가는 진행이 주가 됩니다. 이따가 또 등장하겠지만, 제시된 문장에 올바른 한자를 적어야 한다든가, 아니면 다같이 협력해서 하나의 단어를 완성해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지금 당장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따가 예시가 나오니까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자로 GO!(漢字でGO!)'라는 게임입니다. (네프리그를 참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어진 한자 단어의 일본어 발음을 적으면 되는 실로 간단한 게임인데, 뒤로 갈수록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수준의 어려운 단어들이 점차 등장해 시간의 압박이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다행인 것은, 하야시 오사무는 현대 문학 강사이기에 꽤나 한자에 강하다는 거겠죠. 혹시나 일본어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 게임이 또 나름 재미있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하야시 오사무는 네프리그에 꽤나 비중있게 출연하고, 이를 라이어 댄서 캐릭터가 나와서 한자로 GO! 형식으로 출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곘네요. 재미있는 연출입니다.
우선은 첫 번째 하이라이트로 넘어가 봅시다. 대체 화면의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상당한 정보량을 자랑하는 영상이 특징입니다. 이 GIF에 등장하는 자막만 해도 라이어 댄서의 가사, 대사나열, 그리고 매시업되어 있는 곡인 '집결의 정원으로(集結の園へ)'의 가사까지 무려 3개입니다. 그 와중에 하야시 오사무는 가운데에서 저렇게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으니,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집결의 정원으로'라는 곡은 우리가 잘 아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애니메이션... 은 아니고, 해당 만화를 테마로 한 파칭코 기계에 수록된 음악 중 하나로 보입니다. 아무튼 에반게리온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앞에서 한자로 GO! 파트의 아래 부분에 나오는 자막을 자세히 보시면, 이미 저때부터 에반게리온과 집결의 정원으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야시 오사무가 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까처럼 폭발적인 하이라이트를 위해 빌드업을 착실히 쌓아오고 있었다고 보아야겠죠. (이게 없어도 이미 폭발적이긴 합니다.)
이건 진짜 상관 없는 얘기긴 한데, 작년 12월에 공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1화에서 이 장면과 매우, 엄청나게 흡사한 장면이 나와서 저는 그 드라마를 볼때 혼자 피식거리면서 본 적이 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드라마와 이 작품을 모두 아는 사람에게 언급하면 바로 이해할 정도로 똑같습니다.
▼ 정말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주세요.
바로 뒤에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이 폭력적인 영상은 그대로입니다. 굉장히 유연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한 하야시 오사무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모르게 현대 문학이라는 과목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이와 함께 들려오는 뉴스의 내용도 꽤나 충격적입니다.
왜인지 그 후에는 화학의 열전도율과 콘돔의 얇음에 대한 하야시 류 강의가 시 작 되 어
역시, 역시, 역시 생이죠! 라며 자신의 유행어를 섹드립으로 바꿔 말했다든가
인데, 당연히 본인이 말한건 아니고 '하야시 오사무라면 접대받으러 가서 이런 말을 할 것 같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악질적인 네타입니다.
이어서 곡은 2차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기 위한 잔잔한 부분으로 넘어가는데,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는 별로 잔잔하지 않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여기서 제가 아까 말한 '네프리그'의 한 코너가 나오는데, 왼쪽 이미지에서 붉은 색으로 표시된 가나(はる, 하루)에 대응되는 올바른 한자를 적어 내야합니다. 참고로 정답은 貼る(조개 패 변)인데, 하야시는 부수가 다른 帖る를 적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오답이고, 현대문 강사로서 큰 기대를 끌고 있던 하야시 오사무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기에 이 장면 자체도 또 하나의 밈이 되어버립니다. 이를 응용한 재미있는 작명으로 「帖るよ、来い」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장면을 보여준 뒤, 2차 하이라이트를 여는 원곡의 대사인 "ああ嘘でよかった!(아~ 거짓말이라 다행이다!)"는 "貝へんで良かった!(조개 패(貝) 변으로 좋았다!)"로 바뀌어서 등장합니다. 이런 부분 하나하나까지 소재에 맞추어 바꿔 놓은게 새삼 정말 대단하네요.
이 작품의 또다른 특징이라고 하면 라이어 댄서 MAD로서는 꽤나 이질적으로, 하이라이트에서 인력의 비중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2차 사비도 대사나열이 위주가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도 하야시 오사무는 MTB = 마운틴(マウンテン) 바이크의 마지막 글자를 혼자 잘못 적어서 マウンテス(마운티스) 바이크로 만들어 버리는 참사를 일으킵니다. 이 사람 현대문 강사 맞나요? 생각해보니 마운틴 바이크는 현대문이랑 별 관련이 없긴 하네요.
자타공인 이 작품의 진가가 한층 더 나타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분명히 라이어 댄서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밤을 달리다가 섞여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다음에는 Baqeela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버려서, 당연하다는 듯 면을 먹으면서 바킬라를 연주하는 そばーっ!!!(소바-앗!!!) 시리즈를 시작해 버립니다. 제가 처음에 예고했듯, 이런 작품에는 어느샌가 작품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맛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이러한 폭력적인 영상은 우리를 쉽게 놓아 주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앞과 밀도로만 비교하면 한층 더 강력해졌습니다. 이 최종 씬 하나만으로 '우리는 하고 싶은 걸 여기에 잔뜩 넣었지만, 그만큼 할 수 있는 것도 넣었다'는 걸 한번에 쇼앤프루브해버렸습니다. 어느샌가부터 이렇게 의도적인 무질서함을 표방하는 영상 스타일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이 장면이네요. 대체 누가 이런 연출을 라이어 댄서라는 곡의 틀을 깨고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하고 그만큼 2024년 음MAD에 있어서 상당히 선구적인 위치에 있는 작품인지라, '라이하 야오서 리스펙트'라는 독자적인 태그도 가지고 있을 뿐더러 이를 증명하듯 다양한 영상들이 이 작품의 연출을 리스펙트했습니다. 밤을 달리다를 섞는다든지, 마지막에 소재 러시가 등장하는 장면이라든지 하는 연출 말이죠. 이상 라이하 야오서였습니다.
10. 자유분방함을 제외하고, 2024년 음MAD의 다른 핵심 키워드를 고르라면 아마 AI일 겁니다. 이 시점에서 다음 작품을 이미 예상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조금 참아 보세요. 대 AI 시대를 열었다고 여겨지는 그림 AI에서부터, 인력 보컬로이드를 대체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 AI 커버, (저는 이것에 좀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Viggle.AI를 중심으로 해 영상에까지 수많은 인공지능이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음MAD를 하나 떠올려 보는 것은 어렵지 않죠. 하지만 그만큼, AI를 단순히 음MAD에 써먹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작품에 담아내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남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AI 기술이 주를 이루는 동시에 뛰어난 작품성을 함께 보여주는 음MAD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메가믹스 + 라이어 댄서 + AI라는, 그야말로 2024년의 음MAD를 전부 압축해서 가져간 듯한 괴물같은 작품이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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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5일 20시 51분 이 작품이 게시되었고, 저는 이 영상을 그날 22시 35분에 재생하자마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그 즉시 제 10선 후보에 담아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거의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이 영상을 시청해 왔습니다.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제게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우선 Viggle.AI를 활용한 작품은 이제 차고 넘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투고되던 시점에서, 이토록 'Viggle.AI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음MAD'라는 개념은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음MAD가 어디까지 규칙을 깨고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보는 소리매드 #13에서도 제가 이 작품을 이미 다루었기 때문에, 아마 비슷한 얘기를 하게 될 겁니다.)
소재에 대해 간략히 얘기하자면, 미즈하라 잇페이는 본래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전 통역사였으나 불법 도박을 일삼으며 오타니의 계좌에서 몰래 약 220억이 넘는 돈을 빼돌린 것이 들통나, 해고와 구속을 당함은 물론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조리돌림까지 야무지게 당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이 춤추는 소재도 그중 하나고요. 가만히 통역만 잘 했으면 웬만한 마이너리그 선수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았다는데 왜 그랬는지 참 물어보고 싶네요.
직전의 라이하 야오서에서 별개의 곡이 여럿 등장했던 것이 매시업, 혹은 메들리에 가까웠다면, 이 작품은 아예 하나의 MEGAMIX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라이하 야오서보다 더 많은 곡이 빠른 템포로 섞여 들어가 있어 잠깐 한눈팔면 놓치기 쉽상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왜 이 곡이 나오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는겁니다. 리듬게임을 할 때 '어떻게 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을 하면 틀리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냥 마음을 놓고 작품의 흐름에 몸을 맡기시는 쪽이 편합니다.
사실 저는 MEGAMIX에 대해 2023년까지만 해도 잘 몰랐고 관심이 없었는데, 이런 제가 MEGAMIX의 매력에 눈을 뜨게 한 괴물같은 작품이 재작년에 나왔었죠. 제가 뭐 그 이후로 메가믹스를 이것저것 찾아보고 했다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그 뒤로 메가믹스를 접하기가 상당히 쉬워졌더라고요.
제가 계속 AI 이야기를 했듯이, 이 작품은 미즈하라 잇페이의 얼굴과 몸을 Viggle.AI에 돌린 것이 소재의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미즈하라가 투입되는 '원본' 동영상은 메가믹스의 특성상 전혀 관련이 없는 여기저기서 따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이 작품의 혼돈을 더 증가시켜 버립니다. 지금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해지는 바람에 적는 걸 빼먹을 뻔했는데, 당연히 교실에서 춤추고 있는 미즈하라 잇페이도 AI입니다.
이 작품이 AI를 어떻게 기막히게 활용했는지는 물론 초반부터 계속 파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첫 하이라이트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라이어 댄서 MAD라고 하면 원 MV의 테토가 추는 춤을 소재가 추도록 그리던지, 편집하던지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작자분은 오히려 AI를 활용, 반대로 '테토가 소재의 춤을 추도록' 한다는 발상에 다다랐습니다. 이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이 없었다면 그 누가 이 포인트를 집어낼 수 있었을까요? 원본 춤 자체가 지나치게 찰진 나머지 테토도 더 신나보여서 다행이긴 합니다.
이 작품의 원 소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뒤에서 학생(관객)들이 계속 꾸준히 어이! 어이! 라는 추임새를 넣어줍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것까지 놓치지 않고 음원에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추임새로 인해 진짜 음MAD가 아니라 거의 댄스 콘서트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에서는 미즈하라 잇페이가 뜬끔없이 시키지도 않은 레드존 테크닉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네요.
하이라이트가 끝나고도 이 작품의 자유로운 질주는 계속됩니다. 왼쪽 이미지의 템플릿 원본은, 게임 「학원 아이돌마스터」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후지타 코토네가 귀여움을 어필하는 컨셉이라는 것과 연계되어 우측 이미지와 같은 템플릿을 공식에서 배포하였고 이것이 유행을 탄 것이 시초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오른쪽 아래가 조금 다릅니다. 원본에서 귀여워!(かわいい!)였던 것이 이 작품에서는 은근슬쩍 슬퍼!(かなしい!)로 바뀌어 있습니다. 뭐 실제로 귀엽지 않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니죠.
그리고 바로 이어서는 송금(そうきん, 소-킨)이라고 말하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를 은근슬쩍 히카킨이 이어받아 '소-킨 TV'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는지, 미즈하라 잇페이는 히카킨에게 AI로 잠식되어 버립니다.
그래요 이겁니다! 이거에요. 이런 류의 영상 최근에 많이 보시지 않았나요? 굳이 메가믹스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키치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내보이는 연출을 가진 작품이 최근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테크찬 스타일과도 유사하고 말이죠.
이 부분 하나에도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곡과 네타가 들어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제가 도저히 이걸 하나하나 찾아볼 능력은 되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여기는 설명 없이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음원 자체는 말도 안되게 기분 좋으니까, 꼭 들어보세요. 저는 라쿠텐 포인트 댄스가 등장하는 부분이 좋습니다.
그렇게 장난감처럼만 사용되던 잇페이는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고 손을 내밀어준 히로유키와 만나게 되고, "Shall we dance?"라는 따뜻한 말에 감명받아 그대로 둘이 더블 댄스를 춰 버리기로 합니다. 뭔가 소년만화 같기도 하고 가슴 뜨거워지는 전개네요. 여담이지만 이부분에서 "26억엔 걸고 인생을 바꿔라"라는 가사가 "목숨을 걸고 인생을 바꿔라"로 갑자기 변합니다. 26억엔을 걸려면 확실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액수이긴 하지만요.
개사도 참 매력적이고 동시에 절묘하게 잘 바꾸어 놓은것이, '거짓(이츠와리)의 파티 나이트'는 발음이 비슷한 '미즈하라의 파티 나이트'가 되어있고, 'あの日を(아노히오)' = 그 날을 라는 가사는 'あの英雄(아노히-로-)' = 그 영웅 이라는 가사로 바뀌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영웅'은 오타니 쇼헤이이고, 이를 보여주듯 이 가사가 나올 때는 오타니 쇼헤이가 자막 뒤에 나옵니다. 물론 이것이 무질서함과 혼란스러움을 앞세우고 있는 작품임은 맞지만, 단순히 기세가 전부인 작품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이러한 센스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대망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어느 작품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감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서 춤을 추고 있던 잇페이가 결국 마지막에 와서는 다른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춤을 선보이고 다함께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이 왕도적인 구성에 눈물 흘리지 않을 자가 없습니다. 중간에 갑자기 잇페이 빼고 다들 의자에 앉아서 몸이 작아지는 것도 웃기고요.
라이하 야오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정말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 그러기엔 글이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손가락이 이제 너무 아프기 때문에 슬슬 줄이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함보소때 더 많은 얘기를 할 걸 그랬네요.
이렇게 글을 끝마치기 전에,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이는 라이어 댄서 MAD 2개를 엄선해서 마지막에 소개해 보았습니다. 2024년의 음MAD란 계속 말해왔듯 자유분방함이 포인트였고, 바로 이 작품들이 제 의견을 온전히 전달해 주는 작품들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인 영원한 명작들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아마도 '게시일자 순으로 소개하더니 왜 이번엔 순서가 멋대로냐' 혹은 '왜 같은 곡은 하나만 뽑는다더니 라이어 댄서만 2개냐' 라는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확실히 제가 기사 작성의 규칙을 세워놓고 제가 지키지 않는 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에 대해서 저는 위에서 적었던 내용을 인용하여 답변하겠습니다.
2024년은 자유로운 음MAD의 해였으니까요. 올해 한번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좀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제가 이 두 작품을 마지막에 따로 빼서 소개한 이유는 이 작품들이 2024년의 음MAD로서 미친 영향이 너무나도 지대하고, 그만큼 작품의 가치가 제 작품관과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한번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또 두 작품은 곡을 여럿 섞었다든지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든지 하는 공통점이 상당수 존재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여전히 이 작품들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직접 작자분들께 찾아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여쭤보고 싶네요. 뭐 제작 경위라든지, 후일담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요...
막간 인터뷰: miル 씨와 トリドリドル 씨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라이하 야오서」의 제작에 참여하신 miル(mi루) 씨와 「학년 최고의 인싸 라이어 댄서 미즈하라 잇페이」를 제작하신 トリドリドル(토리도리도루) 씨에게 직접 작품에 대해 여러가지를 각각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이 마지막 단락에서는 여기서 들은 귀중한 이야기를 담아 보겠습니다.
정말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장본인들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므로 이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어쩌면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Q1. 어떤 경위로 이러한 형식의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는가? (매시업 / 메가믹스 / AI 활용 등)
■ 라이하 야오서 (miル 씨)
우선, やや嵐는 miル / タフ4 / アマハム2 / 餡砂糖 의 네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멤버 공개 허락을 받았습니다)
アマハム2 씨가 서버에 '라이어 댄서 × 집결의 정원으로'의 매시업을 게시하면서 "이거 제대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보고 제(miル)가 초반의 음원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시작해 タフ4 씨가 초반의 손그림을, アマハム2 씨는 주로 매시업을, 餡砂糖 씨는 영상, 그리고 저는 기타 음원과 영상을 담당하여 완성에 이르렀다는 느낌입니다. 라이어 댄서 → Baqeela의 연결도 アマハム2 씨가 구상한 것입니다.
직접 やや嵐의 구성 멤버를 알려주시고 또 (거의 공개 어카운트 같은 느낌이라) 공개도 괜찮다고 해 주셨기에 이렇게 적어 보았습니다. '집결의 정원으로'와의 매시업이 시초가 되었다는 점은 처음 알았네요. 이렇게 생각하면 매시업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작품의 특징이 이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 학년 최고의 인싸 라이어 댄서 미즈하라 잇페이 (トリドリドル 씨)
제가 메가믹스 형식을 채택한 계기는 「히카킨 존」입니다. 의미는 전혀 알 수 없는데 다 볼 때쯤에는 여운에 젖어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충격이었고, 이를 계기로 저도 '의미를 모르지만 최종적으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메가믹스를 채용하게 된 경위는 히카킨 존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의미 없는 동영상을 만들기로 했을 때, Viggle.AI는 엄청나게 편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리에 있는 이미지를 한순간에 출력하고, 일단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AI의 적극적인 사용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트위터에 올렸던 영상인데, 이것도 Viggle을 사용해서 히카킨에 야수 선배를 합성한 동영상입니다. 심플하게 이 모습이 재미있다고 느껴서 이 시점에서 Viggle에 대한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고, 이를 대거 사용한 MAD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히카킨 존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편은 아니지만, 2024년 일본 작자 10선에서 1위인 라이터 댄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 마찬가지로 메가믹스 형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자유로움과 독보적인 구성으로 상당히 고평가받고 있습니다. 그 작품이 없었다면 인싸 라이어 댄서도 없었을 거라 생각하니 정말 큰일날 뻔했네요.
Q2. 어째서 이 소재를 사용하게 되었는가? (하야시 오사무 / 미즈하라 잇페이)
■ 라이하 야오서 (miル 씨)
'네프리그'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하야시 오사무가 (라이어 댄서처럼) 더블 피스를 하고 있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 장면이 없었다면, 소재는 하야시 오사무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플하지만 좋은 이유입니다. 곡과 어울리는 소재 선정은 중요하니까요.
■ 학년 최고의 인싸 라이어 댄서 미즈하라 잇페이 (トリドリドル 씨)
사실 이 동영상은 당초 후렴 부분(테토가 인싸 댄스를 추는 장면)만 만들어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저는 뉴로시스시티(ニューロシスシティ)라는 다른 투고 계정이 있어서 거기에 투고할 작은 네타 영상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만, 만드는 도중에 니코니코동화가 서버 다운되어 버렸습니다. (6월 8일) 그럼 모처럼 만드는 김에 라이어 댄서를 풀버전으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도날드나 히로유키, 라쿠텐 댄스 등이 갑자기 튀어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는데, 그것은 뉴로시스시티 계정에서 지금까지 취급해온 소재들입니다. 미즈하라 잇페이도 그 계정에서 예전에 사용하던 소재였고요. 처음에는 뉴로시스시티의 마지막 동영상같은 느낌으로, 지금까지 취급해 온 소재를 전부 사용한다는 취지로 제작하고 있었는데 만들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뉴로시스시티에 투고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토리도리도루 계정에 게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봐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또 새로운 정보입니다. 원래는 풀버전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춤을 추는 후렴구 부분만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작품이, 기적같은 타이밍에 니코니코 동화가 터지는 바람에 풀버전으로 확장되어 최종적으로 이 작품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또, 토리도리도루 씨의 다른 계정에서 사용해 온 소재들의 집대성이라는 시점에서 바라보니 그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인식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네요.
Q3. 그 외 작품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 (레퍼런스 / 후일담 등 자유롭게)
■ 라이하 야오서 (miル 씨)
· 제작진이 4명이나 되었기 때문에 총 작업 기간이 3일밖에 되지 않았던 돌발 공사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음량 조절이나 믹싱 등은 アマハム2 씨와 꽤나 상담했고, 결국 3일만에 제작이 끝난 것이 꽤나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드럼이 케츠드럼(붕탁 비트)인 것은, 당시 タフ4 씨의 영향도 있었고, 자신이 그 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라이하 야오서가 아닌 다른 やや嵐의 영상들에 케츠 드럼이 사용된 것도 동일한 이유입니다.
· 딱히 레퍼런스는 없고 각자 자유롭게 만들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마지막의 하야시 오사무 소재 러시는, 図星 씨가 게시한 尻尻가 제게는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제작진이 많다고는 하지만 3일만에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또 중심이 되는 레퍼런스가 딱히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별 연결이 유기적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는 점도 대단하네요.
■ 학년 최고의 인싸 라이어 댄서 미즈하라 잇페이 (トリドリドル 씨)
· 작업에 있어서 재미있던 이야기는 딱히 없지만, 영상을 제작하다가 자꾸 웃어버려서 편집이 엄청나게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전원 집합 장면은 실제로 영상화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최고의 영상이 완성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 인싸 라이어 댄서는 많은 분들이 봐 주시고 고평가해 주신 동영상이 되었습니다. 엉망진창인 짓을 하는 동영상이지만, 그 배경에는 히카킨 존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2024년 음MAD 10선에서 히카킨 존(109표)에 버금가는 득표수(91표)를 얻은 것은 제 안에서 뜨거운 것을 느끼게 했고, 또 넘을 수 없는 벽도 느꼈습니다. (웃음)
확실히 저도 이런 영상을, 그것도 최초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들면서 한참 웃고 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들면서 행복을 느낀 동영상이 다른 이들에게 고평가까지 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인터뷰는 이상입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친절하게 귀중한 답변을 남겨 주신 miル 씨, トリドリドル 씨,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진짜 기사가 끝났습니다. 이제 더 적을 껀덕지도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서론에서 명시했다시피 올해는 왜인지 좋은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때보다도 여기서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또 그렇기에 엄선에 엄선을 거듭해 작품을 고를 수 있었으니 나름대로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특별히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저는 무려 12명의 기사 작성자 중에서도 마지막 순서이고, 그만큼 앞 순번 분들이 소개해 주신 작품들과 중복되어버릴 위험성이 가장 큽니다. 사실 120개의 작품이 소개되는 와중에 제가 선정한 작품이 안 겹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 점을 의식해 너무 유명한 작품은 일부러 조금 피해 가는 경향이 보일 지도 모르겠네요. 공식적인 규칙은 아니니까, 그냥 그런갑다~ 하고 읽어 주시면 됩니다.
저를 마지막으로 이제 올해의 기사 릴레이는 마무리됩니다만, 내일(1/19)은 여러분이 손수 투표해 주신 「2024 소리MAD 대상」의 결과가 생방송으로 공개된다고 합니다. 다른 이들은 어떤 작품을 인상깊게 보았는지, 혹은 나와 같은 생각으로 투표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에 대한 평소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쪽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 이맘때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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