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에 새로운 음MAD인 ‘신 같냬’를 공개했는데,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감상해 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정령이 지금은 어떻든 간에 당시에는 말 그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이라는 점을 또 한번 체감하게 되는군요. 시원섭섭한 순간입니다.
아무튼 이번에는 신 같냬의 제작 후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고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이 소재에 애정도 있고, 그만큼 이해도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라서 이번 작품은 적재적소에 최대한 많은 네타를 집어넣기 위해 노력을 좀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아는 만큼 보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기도 했고요. 당시 무서운 걔임 실황을 얼마나 주의깊게 보았는가에 따라 더 많은 대사를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원하시는 분들은, 나무위키를 한번 둘러보세요!
사실 이 작품은 막 만든게 아니라, 놀랍게도 22년 6월에 짜 놓은 콘티가 있습니다. 약 8개월 정도 방치되어 있다가 이번에 여유가 남아서 완성하게 된 것 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콘티와 실제 영상을 비교하면서, 제작 일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오해하시면 안되는게, 저는 평소에는 콘티를 짜지 않습니다.
도입부
콘티라고 해놓고 시작부터 음원이 다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 음원에는 콘티의 0:07 부분에 적힌 ‘썬더포스6 인트로’ 효과음을 사용했습니다. 무서운 걔임 실황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모를 수가 없는 소리가 아닌가요? 원래 쓰려고 했던 현악기 효과음은 시리즈가 나올 수록 점점 묻혀가는 느낌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원본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0:07의 “에치따”는 실제 음원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그 후의 대사들은 대체로 콘티를 따라가고 있으나 역시 일부 변경된 부분이 있습니다. “뭐야 그거 창조주같고 무섭잖아”라는 가사는 조교가 아니라 일반 대사인 “어쩌지 이거 ~ 망했네”로 대체하였고, “인생(씨벌)” 부분은 “땐스 타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일단 전자의 경우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음절 수가 잘 안 맞을 것 같기도 했고, 바로 다음 가사를 수식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변경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콘티를 짜 놓고 보니까 저 부분 가사가 “인생”이 아니라는 걸 그때서야 깨달아서 그냥 다른 대사로 바꿨습니다. 땐스타임도 무걔의 상징적인 대사 중 하나니까요. 다만 인생 씨벌은 넣었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지금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초반부
“땅 따당 땅 땅 따당 땅!ㅋㅋ” 부분은 아무 변경 사항 없이 콘티 그대로 구현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것만큼은 절대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음조절을 해 놓고 나니 음이 너무 낮아 좀 맛이 안 사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곡의 전체 피치를 3키 올렸습니다.
다만 중간중간의 대사 2개는 모두 다른 대사로 바뀌었는데, “위아더 월드 / 위아더 컨트리”는 대정령이 읽는 도중 웃는 바람에 써먹기가 힘들어져서 다른 대사로 변경하였습니다. 사실 실제 음원의 주거써 2연타만큼 임팩트있는 대사는 아니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대사라서 사심을 담아 넣어 보려고 했는데, 조금 아쉽게 됐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또한 “집이 참 좆같이 생겼네 저거”의 경우 원래는 ‘신 같네’라는 원 가사 중 ‘같네’에 주목한 대사였는데, 만들다 보니 ‘카미= 가위’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어넣게 된 대사가 바로 0.299편의 명대사 “가위 바위 총”입니다.
그리고 사실 “집이 참 좆같이 생겼네 저거”라는 대사는 원본을 못 찾았습니다. 그나마 이 대사는 다른 유명한 대사들에 비해 지나가듯이 나온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오히려 바꾼 버전이 더 마음에 듭니다.
중반부
이 부분은 크게 변함없이 구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변경된 부분이라고 하면 버질의 “대답해 줄 수 없습니다”와 엑스트라의 “무슨 말 할지 알지?”라는 대사가 빠졌고, 대신 쯔꾸르 특유의 ‘취소 효과음’이 들어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정과 결과 ~ 추악한 승리”는 콘티를 짜는 과정에서 떠올리고 난 후로 계속 마음에 드는 대사였는데, 실제로도 넣어보니 완전히 찰떡이라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입니다.
무걔에서 은근히 자주 나오는 ‘파워 의자’ 파트입니다. 그런데 영상은 파워 의자가 날아가는 부분을 사용했지만, 마지막 “쯔오오오옷”이라는 대사는 파워 의자에서 나온 기합이 아니고 -0.5편의 살인 가위바위보 기합에서 가져왔습니다. 위의 '과정과 결과~추악한 승리'와 같은 부분입니다. 앞에 두 개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하이라이트 직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콘티를 짜면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내용이 실제로도 잘 들어맞았을 뿐 아니라 대사가 상상 이상으로 완벽히 찰떡이라서 아주 마음에 듭니다. 원래는 0.299의 핵심 대사인 "자 들어 봅시다 Let's Play" 를 쓰려고 했는데, 이 대사들이 실황에서 써먹을 각이 도저히 안 나와서 대체재를 찾다가 살짝 다른 (전 기타 음악이 좋습니다) "자 가시죠"를 발견해서 이걸로 채택했습니다. 예의 게임 오버 BGM인 썬더포스6 스테이지 클리어 BGM 매시업도 마음에 듭니다.
출시 당시에도 느낀거지만, 저는 0.299가 무걔시리즈 중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사 하나하나 버릴 껀덕지가 전혀 없습니다. 마치 썬더포스 6과 같군요.
하이라이트: 조교
가장 큰 변화는, 초안에는 있었던 ‘3D로 돌아가는 초상화’ 연출이 후반부로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원래는 이 하이라이트에 넣으려고 했던 것이 맞지만, 넣으려고 보니 예상보다 너무 난잡해지고 이도저도 아닌 연출이 될 것 같아서 과감히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음원은 최대한 초안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록 ‘하까나이’와 ‘YES YES YES!’등의 대사는 넣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요. 지금 보니 초안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짜 놓았네요.
"혹시 IQ가 몇인지 물어봐도 될까?"라는 대사는 아예 제작 시작도 전부터 정해 놓은 대사입니다. 원곡에도 IQ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고, 마침 대정령도 IQ가 하나의 핵심 드립이기도 하고, 이를 의식한 듯한 연출이 -0.5편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집어 넣었습니다.
“I Hate You Hate You”라는 가사는 “I Love You Love You”로 바꾸었습니다. 제가 비록 위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 음MAD를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하긴 했으나 모르는 사람들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습니다. I Love You라는 가사가 영상에 잘 표현하기가 힘들어서 소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 중 하나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개사는 무서운 걔임 시리즈에 여럿 등장하는 ‘사랑 > 키스 > 임신 > 만세!’ 레퍼토리에서 영감을 얻은 가사입니다. 워낙 많이 나오는 대사라 정확한 시리즈 넘버링을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아무 편이나 골라 보시면 높은 확률로 만나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희미하게 3편의 유사와라-버질, 4편의 가녀린 남자-그라고보니 두 장면을 영상 내에 삽입했습니다.
이거 적을 때는 몰랐는데 다 적고 보니까 내용이 많이 이상하네요. 제가 이 소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더더욱 모르는 채로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의 ‘투구 쓴 놈’은, 0.299와 더불어 또 다른 명작 -0.5편에서 잠깐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입니다. 크게 비중은 없지만, “투구 쓴 놈만 골라 죽이는 살인마입니다!”라는 대사가 나름 임팩트있는 대사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었으므로 넣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사나열 파트로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는 사실 -0.5편의 ‘구스탑의 눈빛에 빠져든다’ 3단 연출이 나와야 했는데, 원본의 화질도 너무 안 좋고 모션을 어떻게 주기도 애매한 상황이라서 대신 뒤에 황제의 땐쓰타임을 넣는 것으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땐스타임’ 음악을 작게 매시업하기도 했고요. 넣고 나니 생각보다 고조되는 느낌이 잘 사는 것 같아 마음에 듭니다.
하이라이트: 대사나열
일단, 초안에 자세히 적혀있는 UI와 관련된 내용은 실제 영상에 전혀 반영된 바가 없습니다. 초안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원래 우측에서 들리는 음의 음조절거리가 원래는 알만툴 특유의 선택지 효과음으로 이루어 졌어야 하는데, 막상 음조절 해보니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다른 소리로 대체하게 되었고 결국 선택지 UI 연출은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좌측 기타음은 지금 보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메인 대사나열인 “이 게임은 픽션입니다~”는 다행히 무사히 반영되었습니다.
1:12의 ‘패러디된 게임 대사들에 맞춰 원작 타이틀이 뒤에 지나가는 연출’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하면, 아시다시피 무서운 걔임은 ‘무서운 영화’라는 영화 (실제 원제가 Scary Movie입니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인데, 이 영화는 유명한 공포 영화들의 주요 장면들을 따와서 쌈마이하게 모아 패러디한 영화입니다. 무서운 걔임 역시 다양한 쯔꾸르 게임들의 주요 장면들을 가져와 패러디했고 그렇기에 해당 게임의 원본 대사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버질입니다.”가 그 예시겠군요.
원래 이 부분에서는 ‘안은 생각보다 깨끗한데?’,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등의 대사를 나열한 후 그에 맞춰 배경에 ‘아오오니’, ‘Ib’의 로고가 지나가는 연출을 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해보니까 생각보다 대사 모으기도 귀찮고, 막상 모았는데 대사 상태가 못써먹을 것 같으면 김도 새고 해서 바로 기각하고 1:26에 나올 예정이었던 등장인물 이름 연출로 급히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여기서 대사나열을 또 넣어버리면 믹싱이 너무 힘들어져서 뺀 것도 있는데, 변명을 좀 하자면 대정령의 실황 원본 자체가 음질이 굉장히 뒤죽박죽이라 소재로 쓰면서 곤란한 적이 좀 많았습니다. 그만큼 믹싱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요. 물론 변명은 변명이고, 제가 믹싱에 약한 것도 사실입니다.
후반부 직전의 애미 3연타는 계획대로 잘 들어갔습니다. 적고 나니 왠지 패륜아 같은 문장이라 좀 그렇긴 한데, 티비플에 따로 올라왔을 만큼 명장면이기 때문에 안 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명장면의 기준이 티비플에 올라왔는지가 되어버린 건 좀 싫군요.
후반부
"하쿠나 아웃또"를 제외하면 초안과 거의 다르게 나왔네요. 여기도 믹싱이 힘들어서 따로 대사는 없고 초반부를 그대로 가져와서 코러스만 추가했습니다. 참고로 영상에서는 잘 안보이는데, 코러스 소재는 무서운 걔임 1에서 대정령이 따로 재생한 솔그린 BGM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상술했다시피, ‘3D로 돌아가는 초상화’ 연출은 여기에 반영되었습니다. 초안대로라면 빨갛게 물드는 초상화가 하쿠나가 아닌 무걔코 왕이 되었어야겠군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여담으로 이 부분에 등장하는 초상화는 타케를 제외하고 모두 10개입니다. 모든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계신다면, 상당한 대정령 애청자셨다는 뜻이 되겠네요.
최후반부
유일하게 초안이 그대로 반영된 구간입니다. 예의 프롤로그를 안 넣을 수는 없겠죠? 나름 의미가 있도록 근본있는 1편의 프롤로그를 넣었습니다. 다만 "이건 그 이야기이다"는 -0.5편의 것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우측 이미지는 욱일기가 아닙니다.
그 외
이번 제작 과정에서는 여러 신 같네 MAD를 참고했습니다만 가장 레퍼런스로 많이 삼은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디에 어느 작품을 참고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다들 감사드립니다.
기본적으로 영상의 화질이 별로 좋지 않기도 했고, 초상화들의 사이즈도 상당히 작은 편이라서 영상 제작 과정에서 waifu2x 업스케일링을 정말 많이 사용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더군요. 솔직히 반신반의하면서 썼는데, 화질이 보시다시피 엄청나게 좋아져서 꽤나 놀랐습니다.
반면 온 황제는 실사에 가까워서 그런지 성능이 좀 떨어지더군요. 갔다! 갔어! 온 황제의 곁으로!
그리고 타케의 상반신은 10년 전 누군가 아방스에 만들어 올려주신 자료입니다. 오른팔 부분이 잘려 있어서 저는 그 부분만 포토샵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빡새님,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서운 걔임 소재는 무궁무진한 명대사 명장면들로 가득 차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미처 담지 못한 인생 씨벌, 삼투압의 원리, YES YES YES! 등의 네타가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심지어 DLC 느낌으로 '역전 황제' 시리즈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음질과 화질이 좋지 못해 소재로써는 썩 좋다고 말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번 작품을 만들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룬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결국 말 그대로 제가 담고 싶었던 것들만 양껏 담은 것 같은 결과물이 나오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무걔 시리즈 애호가 여러분도 무걔를 소재로 써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네요. 아직 무서운 걔임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지금 당장 정주행 하시는건 어떨까요?
그리고 저는, 이번에 생각보다 많은 폰트가 '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썸네일의 '냬'도 '내'로 적은 후 획을 직접 추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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