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어제, 공부해로이드 탄생제 2023의 끝을 알리는 합작 'Z会桜浪紀 (Z회앵랑기)'가 공개되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도 합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2파트 '톤데모 원더즈'의 영상을 짧게나마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Z회앵랑기에 관해 제 파트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전반적인 진행이나 컨셉, 합작을 더 즐기기 위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합작은 특히 새로운 등장인물이나 네타 등이 많았기 때문에, 국내 시청자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른 합작도 그렇지만, 이번 합작은 특히나 스포일러에 민감하기 때문에 글을 읽기 전에 꼭 합작을 먼저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참가 경위
저같은 경우는 감사하게도 10월에 주최자이신 こち横(코치요코) 씨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Z회 자체를 엄청나게 좋아하시는 음MAD 작자이시기도 하죠. 제가 참가한 시점에서 이미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이미 작업을 하고 계셨기도 하고 다른 분의 글을 보니 6월에 들어오신 분도 계신 것 같았습니다. 상당히 오래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안받았을 때부터 사실 '하나의 각본에 의한 합작'이라는 점을 전해 들었고 굉장히 흥미로웠기 때문에 참가는 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바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연말에는 따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참가했다간 민폐를 끼칠 것 같아 고민했으나 파트 길이를 여쭈어보니 5초 정도의 영상이라는 답변이 돌아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를 결정했습니다.
담당 파트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2파트인 '톤데모 원더즈'의 영상을 담당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제 파트는 짧기도 하고, 본격적인 합작 시작의 오프닝 포지션이기 때문에 딱히 따라야 할 플롯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각본 시트에도 '여기는 인트로이므로 스토리에 관여하지 않음'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 대신 '풍부한 색감으로 봄다움을 강조하는, 폭발력 있는 인트로'가 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셨으며 저 역시 최대한 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분홍색 계열의 색상을 사용하여 작업했습니다. 상쾌한 음원은 ばねきなこ 님이 작업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5초밖에 없는 짧은 파트지만 위와 같은 초안도 존재했습니다. 거의 절반 정도만 지켜졌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에 '무언가 재수를 암시하는 종이가 날아오는 것'으로 트랜지션을 마무리하자고는 생각했지만 일본 입시 문화를 모르니 어떻게 채워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혔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こち横 씨가 'Z회 공식 트위터에 도쿄대 입시 시험의 카운트다운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방향을 잡아 주셔서 해당 의견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봄에서 시작해 2024년 도쿄대 입시인 2월 25일까지 남은 일수를 대략 계산해 330일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정보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셨기 때문에, 트랜지션은 D-330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합작에 대해
이 합작은 합작 전체가 '하나의 각본'에 의한 이야기 전개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플롯은 물론이고 파트의 분위기, 선곡, 등장인물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정해진 각본에 의한 것이며, 그런 만큼 아예 합작에 '각본 담당'이 따로 있습니다. 엔딩 크레딧에서도 등장하듯이 이번 합작의 각본은 Lixy 씨가 담당하셨습니다.
이 점은 본 합작 자체의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고 CM에서도 은근하게 언급된 적 있으나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있다 보니 국내에서는 아예 모르는 채로 감상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았습니다. 각본을 의식하면서 합작을 다시 한번 감상하면 다르게 느껴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최자 분께서 시트를 공개하실 지는 잘 모르겠어서 함부로 말해도 되나 살짝 조심스럽긴 하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도쿄대에 한번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재수 (인트로) ▶ 모의고사 결과가 좋아서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함
▶ 중간부터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하기 시작 ▶ 그러나 잘 안됨, 입시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파트 등장
▶ 응원받고 시험 (얼티밋 ~ 검은칠 ~ 나는 최강) ▶ 도쿄대는 떨어졌지만 배우 오디션을 보며 Z회 CM 출연의뢰받음 (엔딩)
이상이 이번 합작의 기본적인 플롯입니다. 글 만으로는 잘 다가오지 않을 것 같아 파트별 사진과 함께 각 파트의 플롯 전개를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01: OP
인트로에 해당하는 파트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 도쿄대에 카메이가 한번 도전했다가 떨어지고, 이듬해 다시 한번 재수를 결심하고 도쿄대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OP에 계속 등장하는 오른쪽의 남자는, 이 파트의 원곡이기도 한 ドラゴン桜 (드래곤 사쿠라)의 주인공인 사쿠라기 켄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로 번역된 것 같습니다. 굉장히 쌈마이하네요. 전반적인 내용 자체는 과거에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공부의 신'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 가는 것 같습니다.
라고 생각했더니, 애초에 공부의 신 자체가 똑같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였습니다. 저도 방금 알았네요.
02 - 07
초반 의욕에 불타 모의고사를 열심히 준비하다가 제법 괜찮은 성적이 나오자, 금세 해이해져서 공부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카메이의 모습을 그린 파트입니다. 애초에 곡 자체가 완전포기선언이네요. 쉽게 말해 모의고사 하나만으로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진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덕분에 선생님에게 깝치지 말라고 일침을 듣지만 그럼에도 대학생활 망상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낭비하는 답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멱살까지 잡히면서 혼났음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없네요.
참고로 왼쪽의 선생님은 1979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32년 동안 방영된 TBS 드라마 '3학년 B반 킨파치 선생님' 의 등장인물 '사카모토 킨파치'입니다. 옛날 드라마인 만큼 학생 체벌 장면이 적나라하게 방영되는데, 어찌나 찰지게 때리는지 유튜브에 체벌 모음집이 있을 정도입니다. 또 제목을 보고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과거 유행했던 일본의 환타 광고는 이 드라마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좋은 미소
08 - 13
하계 강습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물 속에서 공부하는 건 대단하네요.
여기부터는 다시 조금씩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각 과목 선생들의 수업을 듣기도 하고, 다른 대학의 과거 기출문제를 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각 대학의 기출문제'를 다루는 파트를 도쿄 샌디 랑데뷰로 선택한 건 정말 감탄했습니다. 네타를 이렇게 섞을 수도 있군요.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하지만 도쿄대생과의 대결을 통해 아직 부족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함과 동시에 도쿄대의 수준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대결 상대는 유튜브 채널 QuizKnock의 대표이자 도쿄대 경제학과 출신인 이자와 타쿠시(伊沢 拓司) 입니다.
도쿄대가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설명해야 하나 싶어 조금 찾아보다가 도쿄대 수학 입시 기출 모음을 발견했는데, 세상에 무려 1961년부터 63년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따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14
이 파트는 본 플롯에서 벗어난, 다른 인물의 시점을 다룬 일종의 사이드 스토리입니다. 때문에 카메이가 솔로 메인인 각본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다른 등장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카토는 보아하니 예술대학의 미술학부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마냥 잘 되어 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예체능 분야도 다들 그렇지 않나 싶긴 합니다.
중간에 나오는 스마트폰 씬을 보면 특히나 '도쿄예술대학'을 희망하는 것 같은데, 검색해본 결과 이 도쿄예대는 일본에서 정말 압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예술대학으로, 이곳을 나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실력이 보장되어 사회에 나왔을 때 기초적인 업무를 모두 스킵하고 실무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서울대의 예체능학부와 한예종을 합친 정도 혹은 그 이상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배우 본인도 미대 출신이라고 합니다.
수재는 이미 도쿄대를 합격한건지 잘 모르겠으나 굉장히 공대스러운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으며, 유지는 스포츠계로 진출한 상황입니다.
플롯도 플롯이고 군청의 원 PV를 완벽히 재연한 영상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분위기와도 잘 조화되어 더할 나위 없습니다.
15 - 17
입시의 괴로움을 나타내는 파트이며 그런 만큼 무거운 분위기의 곡들로만 구성된 감이 있습니다. Z회에 다니고 있는 아버지가 도쿄대를 강요하며 압박감을 주는 창작 스토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고뇌하는 상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네요.
사실 이 노래는 이런 분위기에 없으면 섭하죠. 이 소재를 위해 태어난 수준입니다. 그런 만큼 이 세 파트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결이 말도 안되게 좋습니다. 현황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있네요. 두 파트가 그림체가 아예 다른데도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 나간다는 점은 존경할 만 합니다.
18 - 19
선생님의 격려를 받고 다시 힘을 내서 입시 시험을 위해 열차를 타고 도쿄대를 향해 달려가는 카메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얼티밋 선배는 곡부터 인물까지 원작인 얼티밋 선생의 완벽한 리메이크인데, 원작이 엄청난 성적 발언을 밀고 나갔던 것과는 정반대로 합작에서는 진심으로 뜨거운 격려를 해 주는 정 반대의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원본 MAD의 제작자이신 comari 씨는 이번 합작의 얼티밋 선배의 영상도 담당하셨습니다. 셀프 리메이크네요. 사실 원 드라마는 쭉 이런 분위기니까 당연할 지도 모릅니다.
라그 트레인은 사실상 철도 MAD에 가깝습니다. 허나 주연 인물이 일절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의 긴장감을 그대로 끌고 나가는 연출이 대단합니다. 출발역은 南砂町駅(미나미스나마치 역)으로, 우리가 익히 아는 Z회 CM의 촬영지인 하천 부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입니다. 이런 디테일까지 챙기는 게 좋네요. 애초에 합작에서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 자체가 고평가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뒤의 건물 두 채와 다리를 보면 완전히 같은 장소라는 점을 알 수 있죠. 걸어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므로 Z회 CM 촬영지에 가보고 싶으신 분들은 미나미스나마치 역에서 내리시면 되겠습니다.
역에서 내려서 시험장으로 향하는 모습까지 그려집니다. 이 파트는 실사 연출이 많은 만큼 촬영만 담당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합작을 여럿 했지만 촬영만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합작은 처음이라 많이 놀랐습니다.
20 - 23
본격적으로 입시 시험에 응시하는 카메이를 전투씬을 통해 표현합니다. 시험 문제들과 싸워 나간다는 플롯으로 진행됩니다만 이 부분은 저보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신 れでぃば(레디바) 씨께서 작성하신 기사가 있으므로 이쪽을 참조해 주세요. 본 파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했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가 잘 나타나 있으니 꼭 읽어 주세요!
이 부분은 시험 문제가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죠. 시험 문제의 빈칸을 검은 칠로 표현하기 위해 이 곡을 선곡했다는 점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문제가 점차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점점 초조해지는 카메이의 모습도 함께 그려집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전 파트에 나왔던 선생들을 포함한 모든 교육자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가는 연출. '나는 최강'이라는 곡명에 맞게 어려웠던 문제들도 점차 풀려 나갑니다. 그러나 최종 합격 결과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24: ED
대망의 엔딩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 본 모든 합작의 엔딩 중 가장 좋았습니다. 배우 오디션을 보고 있는 카메이의 모습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입시 결과는 여전히 말해 주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습니다만 카메이의 총합 성적이 합격자의 최저점보다 낮기 때문에 도쿄대에는 불합격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도쿄대 입시 시험을 알 수는 없지만 550점 만점인데 합격자 최고점이 434점이고, 평균이 334점인 걸 보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못했습니다.
비록 도쿄대에는 떨어졌지만 주식회사 Z회로부터 신 CM 「기합」 편에 출연해 달라는 편지가 전달됩니다. 저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그 광고죠.
이후 그 전설의 CM 촬영지로 이동하는 카메이의 시점으로 합작은 마무리됩니다.
저는 사실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이제 합작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만 이런 합작만 있다면 다시 활발히 참가해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 그 정도로 즐거웠던 합작이었습니다. 제가 그냥 이 소재를 아직 많이 좋아하는 점도 있고요.
일례로 제 담당 파트만 가져왔지만, 말 그대로 모든 파트를 본인의 파트인 것처럼 주최자분께서 하나하나 정성껏 피드백해 주시고 레퍼런스까지 찾아 주시는 모습을 보고 참 놀랐습니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다들 자극받아 보다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새삼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AI 기술의 발전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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