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10선도 1월 21일부로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기사는 물론 PV와 우리매드 겨루기까지 제 생각보다 그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스케일이 커져 가는 것을 기대하고 계신 분들도 있는 것 같았으나, 이번 2023년의 10선이 저희도 이상함을 느낄 만큼 뭔가 너무 방대해진 기획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렇게 큰 스케일의 기획을 전해 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스노우볼이 어디서 어떻게 굴러 갔는지 모르겠네요.
특히 퀴즈쇼 스태프들이 이번 퀴즈쇼를 준비하면서 상당히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퀴즈쇼 혹은 그에 맞먹는 대형 프로젝트를 매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그마한 기획이라도 함께 보내드릴 수 있는 한 보내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0선 기획의 제안자로서 이번 기획의 진행에 있어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고, 또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를 몇 자 적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글을 제가 써 보겠나요. 크게 기획 자체 ▶ PV ▶ 퀴즈 의 세 가지 단락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인원 모집
2022년의 10선이 종료되고 가장 먼저 진행한 일은 역시 새로운 인원을 모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도 3명의 기사 작성자만 더 모집해 10명을 채울 생각이었으나 원래는 기획을 1주간 진행하고 월~금 동안 하루에 기사를 2개씩 올리는 방식을 생각했습니다. 허나 현재는 결과적으로 2주간 평일 정오에 기사가 올라오게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확실히 지금이 더 풍부하고 좋아 보이네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참가자분들은 (초대한 순서대로) 양정훈 님, ReaLizer 님, 그리고 모르는 사람 님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오신 양정훈 님은 카이사르 님의 추천으로 참가하시게 되었는데, 지금은 글이 잘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당시에 읽으면서 상당히 체계적인 글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솔직한 말로 양정훈 님은 기존에 계시던 다른 참가자분들과는 뭔가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접점이 없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음MAD 유입 연도가 믿기지 않을 만큼 음MAD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를 추구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새로운 분들을 계속 많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음으로 초대한 분은 ReaLizer 님입니다. 음원 연결 및 마스터링으로도 유명하신 분이죠. 사실 릴라님은 평소 이미지부터도 그렇고 굉장히 진중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후보에 있었던 사람이고, 본인도 꽤나 흔쾌히 참가에 응해 주셨기 때문에 이때부터 상당히 괜찮은 글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멋진 글이 나왔죠.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뭔가 혼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번째이자 마지막으로 10선에 참가한 사람은 Pulsn (펄순), 현 모르는 사람 님입니다. 가끔씩 디스코드에서 본인의 꿈 일기를 쓰는 걸 제외하면 딱히 글을 진지하게 쓰는 것을 본 적은 없으나, '뭐든간에 시키면 일단 잘 한다'는 주변인의 의견을 통해 초대하게 되었습니다만...
딱히 시킨다고 또 잘 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서 1차로 실망했고,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블로그 꿈 일기랍시고 쓴 내용이 이따위라서 2차로 실망했습니다. 이런건 일기가 아닙니다.
아무튼 기사를 읽고 나니,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이 사람이 쓸 수 있는 기사가 훌륭하게 나온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어떻게 글에서도 본인의 스타일이 묻어나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는 이렇게 기사를 쓰는 만큼의 노력을 들여 본인의 꿈 일기도 성의있게 쓰시길 바랍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작년에 한번 기획을 진행한 만큼 올해는 스케일을 더 키워보자는 일념을 가지고 기획을 이끌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여러 번 이야기했던 PV와 부가 기획입니다.
특히 부가 기획은 6월 중순 제가 카이사르님께 미리 언질을 한번 던졌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은 이 분밖에 없다는 느낌이 오더군요. 게다가 가끔씩 방송을 진행하는 루kLng 님도 이번 기획에 있었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선 방송 마지막에 PV를 서프라이즈로 송출하자는 이야기도 이 때 처음 나왔는데, 밑으로 조금 더 내려보니 우리매드 겨루기가 초등학교 영어시간 PPT 퀴즈가 되어버릴 뻔한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등골이 조금 서늘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완벽한 타이밍에 일본에서 개최된 퀴즈쇼 기획 '음MAD 퀴즈왕'이 방영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루뭉실했던 부가 기획은 이 시점을 지나면서 국내에 전례없는 대형 퀴즈쇼 프로젝트를 만들자!라는 방향으로 그 형태를 잡아 나가기 시작합니다. 위 기획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레퍼런스로도 굉장히 적절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매드 겨루기와 비교해서도 유사한 부분이 여럿 보입니다.
다만 저는 사실 이번 퀴즈에서 편집의 일부를 도왔을 뿐 공식적으로는 도전자 자격으로만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퀴즈에 대해서는 그렇게 적을 내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퀴즈를 어떻게 이끌어 나갔다, 전반적인 구성과 역할은 어떻게 분배하였다 등의 얘기는 짧게 언급만 하고, 나머지 퀴즈 단락에서는 본방을 어떻게 대비하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퀴즈쇼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출제자 분들이 곧 기사를 써 주실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기획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퀴즈쇼 스태프들의 회의록을 보았는데 조별과제하듯이 엄청나게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퀴즈 기획
7월 9일에 퀴즈쇼 (+PV) 의 디테일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도전자 4명은 이미 결정된 상태였으나 에셋 제작, 총편집 등의 담당자는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으며 심지어는 출제자마저 1.5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10선 기획인 만큼 10선 작품만을 다루는 파트도 있어야 한다는 점과 10선 유형은 후반에 배치해 난이도를 높이자는 것이 본편에 거의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는 것 정도일까요. 그리고 이 당시에는 참가자들이 서로에게 문제를 출제한다는 기믹도 존재했습니다.
참고로 이날 회의를 18시에 진행하자고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저였습니다만 정작 저는 17시 57분에 '저 5분만'이라고 발언했으며, 심지어 실제로 회의에 들어온 것은 18시 8분이었다는 미칠 듯한 무책임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회의가 결렬되지 않은 것이 신기하죠.
약 2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정해진 대표적인 내용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기사 공개를 2주로 늘리고 2주차 주말에 퀴즈쇼를 공개
· 전반전은 범위가 넓은 만큼 단일 작품보다는 메들리나 소재, 곡 등 넓은 분야에 집중해 출제
· 음MAD 퀴즈왕을 참고하되, 완전히 따라가는 것은 지양
· PV에서 특별 기획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1주차 주말에 퀴즈쇼임을 공개 (여유만만 커뮤니티에는 올리지 않음)
이후로도 여러 번의 크고 작은 회의를 거치면서 거의 10월 말 즈음에는 현재 우리매드 겨루기의 틀이 완전히 잡히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이 오고 갔기에 제가 여기서 다 적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녹화 날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도전자 4명은 물론 진행자 1명, 보조 스태프 2~3명의 인원이 동시에 소통하며 녹화에 임할 수 있는 날짜를 찾는다는 것은 보기보다 훨씬 어려웠으며 실제로도 정한 날짜에서 미뤄지고 미뤄지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처음에 12월 9일로 처음 예정되어 있던 녹화 날짜는 최종적으로 12월 30일까지 연기되었습니다.
녹화 전까지 모든 10선 참가자들은 본인이 선택할 10선 중 후반전 문항 출제를 위한 작품 5개를 자유롭게 골라 출제진에게 개인적으로 전달하도록 했고, 이 50개의 리스트에서 겹치는 작품을 제외한 총 42개의 작품이 후반전 출제 범위가 되었습니다. 출제진들은 이제 형평성을 최대한 고려하며 이 작품들을 분배해 문항을 제작하고, 참가자들은 공개된 범위를 통해 미리미리 공부를 조금씩 해 둡니다.
출제진 시점의 자세한 글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태프 분들이 적어줄 거라 생각하고, 여기부터 저는 일개 도전자의 시점으로 남은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기획 자체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꼭 시간을 내어 기획을 감상하신 뒤 남은 글을 읽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본방송 대비
사실 도전자였던 제가 할 일은 단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냥 저 범위 내의 작품들을 중학교 기말고사 준비하듯이 돌려보면서 머리에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음MAD를 보는 것 자체를 즐기는 입장에서 굉장히 쉬운 일일 것 같았지만 막상 출제 범위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평소에 하던 일도 하기 싫어졌기 때문에 본 녹화 1주 전까지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점에선 PV를 제작하는 데에 조금 더 힘을 쏟고 있기도 했고요. 유일하게 한 것은 후반전을 대비해 작품 리스트를 시트에 옮겨 적은 것이 다였습니다.
그리고 카이사르님의 100선 방송에서 PV가 무사히 방영된 12월 25일 이후에서야 부랴부랴 본방송 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중학교 기말고사와 소름돋게 똑같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저는 나올 법한 작품만 집중해서 돌려보고 상대적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작품은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사고 과정으로 제가 별로 공부하지 않은 작품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심천동: YTPMV에 가까운 작품이라 도저히 낼 곳이 보이지 않았음
■ 세안 올백: 작품 자체가 굉장히 직관적이고 시원시원하기 때문에 꼬아서 낼 만한 부분이 없다고 판단
■ 황정민 - Kitsch: 음원 위주의 작품이기 때문에 시각 자료가 주가 되는 퀴즈쇼에서는 나오기 힘들 거라 생각
■ 일렉트로 스윙 합작: 20분이나 되는 길이의 작품에서 문제를 내면 아무리 쉬워도 지엽적이게 느껴질 것 같았음
■ 신 같냬: 도전자 중 제작자가 있으니 형평성을 위해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출제 범위 재생목록을 틀어 둔 채로 벼락치기에 돌입했지만, 제가 간과하고 있던 이 방식의 문제는 중간에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자기도 모르게 반복 재생을 키게 되어 리스트 완주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중간에 디기모가 나올 때마다 마치 혈압 마라톤처럼 그 부근만 빙글빙글 돌다가 인터넷 창을 꺼 버린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사실 이게 말이 좋아서 전략이고 사고 방식이지, 사실 이제 와서 냉정하게 생각하면 일종의 자기합리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실제로 공부했던 시트를 다시 살펴보니 되도 않는 부분을 공부한 흔적들이 있어 스스로가 쪽팔려지기도 했습니다. 그 만큼 공부한 부분의 출제 적중률도 상당히 낮았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예측 성공한 부분은 라이어 이츠미의 WaHaMeMaHelloYahoo 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전반전 예측 문항은 적중률 0%라는 기적의 성공률을 선보이며 온라인 휴지쪼가리가 되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문제야 혹시 몰라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고 치지만 음MDM-천- 관련 문항이 비중있게 나오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많이 의외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라이트 시청자층을 고려한 출제 방향이었을까요? 음MAD 퀴즈왕을 의식해 너무 꼬아서 생각한 것이 문제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나 '우리매드 겨루기인데 대체 해외 작품은 왜 공부하는거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지만, 의외로 우리말 겨루기라는 포맷은 꽤나 늦게 정해진 사항이었기 때문에 저는 녹화가 끝나갈 때까지 거의 한국 작품만 나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제발 공부한 작품 중에서 나오길 기도하며 본방송 녹화 날짜인 12월 30일이 되었습니다. 결과는 아래 본편에서 확인하세요!
PV
이번 기획에서 제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아마도 PV 제작일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공을 들였다기보단 제가 주로 관여한 부분이 PV 제작밖에 없긴 합니다만, 최근 작업한 모든 영상 중에서는 제일 열심히 작업에 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것도 최근 작업한 영상이 이 PV밖에 없어서 그런 거긴 합니다.
저는 '이번 10선에서는 반드시 PV를 따로 만들어 본격적인 홍보를 하겠다'고 22년 10선이 끝나자마자 마음먹고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몇 개월간 PV 작업에 적합해 보이는 선곡이 보일 때마다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페르소나5 OST의 유로비트 리믹스는 발견한 순간부터 PV에 쓰면 딱이곘다고 생각해 상당히 마음에 두고 있던 곡 중 하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결국 적당한 분위기와 질주감 + 단색의 조합으로 영상 스타일도 함께 챙길 수 있음 등의 이유로 이 곡이 선정되었지만, 이 외에 아쉽게 쓰이지 못한 후보 곡들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선 게임 마리오 카트 시리즈의 OST인 베를린 샛길. EDM 위주로 진행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높아지며 두 장르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독특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제가 이 곡을 사용한 음MAD인 愛眼シュトラーセ(아이간 샛길)을 좋아했기 때문에 골랐다는 점도 있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영상을 그럴싸하게만 작업해도 보는 이들에게 한층 더 웅장한 느낌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마지막까지 상당히 고민했지만 그만큼 오케스트라 파트의 영상 스타일이 고민되었고 1회 반복의 길이가 애매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결국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이 곡이 채택되었다면, 위 영상 기준 0:28 부터 참가자 소개 / 0:50 부터는 퀴즈쇼 암시가 되었을 것 같네요. 어쩌면 다음 10선의 PV에서 만나볼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음은 가끔씩 음MAD에서 볼 수 있는 곡인, 게임 Cat Girl Without Salad의 OST인 Radical Galaxy. 한국에서는 국제적 남고제 2021에 수록된 곡으로 알려져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곡 자체도 가볍고 통통 튀는 분위기였기에 세련된 디자인 보다는 미국 만화같은 카툰풍의 스타일을 위주로 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 후보에 담았던 곡입니다. 색감도 풍부하기 때문에 영상도 보다 강조할 수 있고, 텍스트들을 크게크게 집어넣으면 보기에도 편한 장면들이 구성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위 이미지는 배틀돔 MAD인 Battle Dome Without Marble - Radical Tsukudani 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이 곡을 사용한다면 따로 음원은 무조건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PV 제작 기간이 되니 음원을 따로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엄두는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곡 자체는 너무나 마음에 들기 때문에 추후 개인작으로 한번 만들어 보고 싶네요. 이 외에도 수많은 후보들이 있었으나 다 설명할 수는 없기에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번 PV 제작은 기존에 구상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거의 그대로 작업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이 구상을 짜고 있을 즈음하여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아이디어 면에서는 그다지 고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PV에서 담당한 파트는 음원 제작 / 인트로(보정) / 기획 소개 / 주요 키워드 소개 / 최종 일정 정리 였습니다. 나열해 놓으면 엄청 많아 보이지만, 하나당 길이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저와 TB님이 담당한 파트는 거의 동일한 분량입니다.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하였기 때문에 지금부터 장면별로 어느 부분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를 간단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제작에 착수한 파트는 의외로 최종 일정 정리 파트. 이 부분은 애초에 구상 단계에서부터 가장 먼저 확정지어진 파트였기 때문에, 확실한 부분부터 먼저 만들어 버리자는 생각으로 먼저 끝내버렸습니다. 그리고 여기부터 점차 앞으로 가면서 역으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었는데,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결과가 괜찮다면 OK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이 부분은 위 이미지처럼 육각형 안에 인물들이 들어가 있되 위로 살짝 튀어나오도록 하는 것이 제 계획이었으나, 막상 작업해 보니 저런 식으로 처리 가능한 프로필 사진이 너무 적어서 그냥 무난하게 육각형 안에 집어 넣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여유만만 님과 양정훈 님의 프사를 저렇게 처리할 자신은 없네요. PV 공개를 첫 칸에 넣고 마지막 한 칸 (퀴즈쇼) 를 ? 로 처리하자는 부분은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이 파트는 따로 레퍼런스로 삼은 작품은 없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제작이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저 페르소나 특유의 날짜 UI를 재현하는 것이 정말 귀찮았기 때문에 그때 잠깐 이 곡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긴 했습니다.
역순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 다음으로 작업한 부분은 주요 키워드 소개입니다. 1년을 되돌아보고자 올해 가장 유행했다고 생각하는 음MAD 관련 키워드 7개를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정해 집어 넣었으며 각 키워드 당 3개의 대표작을 집어 넣었습니다. 대표작의 선정 기준은 보시다시피 완전히 제 취향입니다. 또 해당 대표작 중 하나를 선정해 그 작품의 소재로 대사 나열을 간단히 집어 넣었습니다. 음원 제작에 있어서 선택지가 꽤나 넓었기 때문에 그렇게 애를 먹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잠깐 지나가듯이 나오는 장면이라 눈치채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 수 있으나, 이 장면에서 주위에 나오는 작품들은 모두 2022년의 10선에 선정된 작품들입니다. 위 이미지 상으로 식별 가능한 작품은 Haunted Resort, 흑백으로 칠해진 세계에 보내는 서한, 마리오 월드, 그리고 karma치카네후쿠키타루 입니다. 이 장면 자체는 음MAD DREAM MATCH -천- 콤비 소개 영상 중 하나를 크게 참고한 것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획 소개에서는 자전거 도둑 합작 2021의 예고장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굳이 화려한 모션이 필요한 파트도 아닌 것 같고, 그냥 가운데에 텍스트만 찍어서 보여주는 게 더 전달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서 검은 텍스트에 흰색 배경을 레퍼런스 삼아 그대로 제작했습니다. 옆의 QR코드는 첫 번째 장면에서는 여기로, 두 번째 장면에서는 여기로 리다이렉트 되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QR코드는 과거에 작업했던 짬뽕 한 그릇의 CM을 다시금 참고한 것이기도 합니다.
음원은 풍부하게 만들자! 보다는 허전하지 않게만 하자!는 마인드로 사람들과 이야기한 결과 음조절이 아닌 대사와 효과음 위주로만 작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였기 때문에 최대한 반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음원의 초반에는 과거 10선 소재들이 한마디씩 던지고 간 뒤 기획 소개에서는 음MAD에 자주 쓰이는 효과음 (우자와 스텝, 리듬세상 등) 으로 음원을 제작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추가로, 기획 소개 ▶ 키워드 소개 로의 화면이 깨지는 트랜지션은 페르소나 5 원작의 요소를 가져온 장면입니다. 유리가 깨지는 SFX 역시 페르소나 본편에서 등장하는 효과음을 사용했습니다. 워낙 짧은 장면이라 딱히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이 외로는 인트로를 조금 보정한 것 외에는 딱히 작업한 것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여기서 제 역할은 끝입니다.
이렇게 이번 10선에서 제가 맡은 역할과 그 진행 과정에 대해 간략히 적어 보았습니다. 기획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는 건 처음이라 상당히 횡설수설하면서 글을 썼는데 어떻게 잘 읽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추후 비슷한 기획을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무쪼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더이상 제가 담당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껀덕지가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기획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PV 인트로에 집어넣을 5초 정도의 GB를 구하다가 심영의 크로마키 소재를 발견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PC에서는 영상이 재생되지 않는데 폰에서는 멀쩡하게 재생되는 파일이었기 때문에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미친듯이 웃은 기억이 있습니다. 묘한 표정에서 멈춘 채로 구슬프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것이 감동적인 나머지 현재 10선 서버의 스티커로도 남아 있습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제가 우리매드 겨루기를 대비하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활용해 만든 모의 문항만 올리고 물러나겠습니다. 이대로 버리기엔 조금 아쉬우니까요. 혹시 본인이 퀴즈쇼를 할 예정이 있으시다면 한번씩 다운받아 자력으로 풀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다만 공식 문항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것들이라 상당히 지엽적이고 난도가 높은 문항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퀄리티가 낮다는 말입니다.
다음 기획도 2023년처럼 잘 끝마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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